[호루라기] ‘무대책’ 빙상연맹 쇼트트랙 망쳐
‘쇼트트랙 파벌 논란’에 대해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 박성인)이 6일 입장을 발표했다. 박성인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한다”며 “올해 말까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리곤 “기다려달라”고 했다. 파벌이 있다는 것도 알고, 그게 한국 쇼트트랙을 망치고 있다는 것도 알지만 원칙과 규정대로 처리하겠다는 말 외엔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대표팀 코치가 상대 파벌선수를 방해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었을 때 그는 “현재로선 대안이 없다. 진상규명은 올림픽 기간 중에라도 해서 조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연맹은 3개월 동안 아무런 대책없이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렸다. ‘금메달만 따면 모두들 잊어버리겠지….’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그러다 지금의 사태가 발생했으니, 새로운 대안이 나올 리가 없다. 당연히 지켜야 하는 원칙과 규정 타령만 한다.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었다”는 변명만 되풀이했다. 이는 파벌끼리 치고 박든 금메달만 따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낳은 결과다. “쥐새끼 몇마리 잡으려고 독을 깨서야 되겠나?” 지난 1월 파문이 붉어졌을때 그는 이런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놀랄 일이다.
선수들과 국민들은 다시 그의 말을 믿어야 하나? “올림픽이 닥친다면 또다시 원칙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박 회장은 확답을 하지 못했다. “할말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다”고만 하는 박 회장과 빙상경기연맹. 다음 올림픽 땐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나?”란 얘기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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