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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봅시다] 유도 그랜드슬램 꿈꾸는 이원희

등록 2006-07-25 19:27수정 2006-07-26 00:49

“제자리 찾기 힘들었어요”
2년간 방황 뒤 ‘천적’ 김재범 꺾고 “아시아경기 금 꼭”

남자유도 스타 이원희(25·KRA)를 만난 곳은 2006 도하아시안게임(12월1~15일) 준비가 한창인 태릉선수촌이었다. 당연히 그가 있어야 할 곳 같지만, 하마터면 이곳에 들어가지 못할 뻔 했다.

오른발목에 시퍼런 멍이 든 이원희는 다리를 절룩거렸다. 목과 허리도 좋지 않아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년의 시간도 그의 몸처럼 그렇게 상처 투성이였다. 한판승 행진을 펼치며 2004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을 딴 이후, 이원희는 거짓말처럼 부진을 거듭했다. 국내대회 우승은 자신의 훈련파트너에 불과했던 후배에게 내줬고, 국가대표에 뽑히지 못해 2005 세계선수권에도 나가지 못했다.

“그토록 바라던 올림픽 금메달을 따니 허탈하고 공허했다. 뻥 뚫린 마음을 채울 만한 더 큰 열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냥 벗어나고 싶었다.…” 이원희는 “후유증이 굉장히 컸다”고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유도에 미치지 못했고 방황했다. 세상에 빠져 내 멋대로 지낸 것 같다. 훈련량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후배 김재범(21·용인대)에게 2004년 코리아오픈 이후 내리 다섯판을 지며 73kg급 최강자 자리를 빼앗겼다. ‘빨리 핀 꽃은 빨리 진다’는 가슴 아픈 말들이 그를 짓눌렀다.

이원희는 “‘내가 다 됐나?’ ‘여기서 무너지나’ ‘정말 내가 떨어지긴 떨어졌구나’라는 좌절감이 들었다.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죽기 직전까지 훈련해 스트레스를 풀었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 그런데 부상이 겹치고 마음이 흐트러지니 그러지 못해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떠올렸다.

이원희는 도하아시안게임 1·2차 대표선발전에서 김재범에게 져 국가대표 탈락위기까지 몰렸다. 지난 14일 최종선발전을 앞두고 대표선발 점수가 김재범(41점)보다 4점이 뒤져 있었다. 뒤집으려면 최종선발전에서 반드시 우승해야 했다. 이원희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걱정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결승에서 효과 2개를 딴 이원희는 효과 1개에 그친 김재범을 이기고 태극마크를 되찾아왔다. “한번 무너지고 다시 올라가는데 4배나 힘들었다. 부모님도 체육관에 오셨는데 내 자신에게 정말 뿌듯했다.” 발목통증을 참고 승리한 며칠 후 이원희는 기분좋은 생일을 맞았다.

세계선수권, 올림픽, 아시아선수권을 제패한 이원희는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유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지금까지 한국 유도에서 4개 대회를 모두 석권한 선수는 없었다. 이원희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민족을 위해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 또 심리적인 공황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이원희는 “내가 갖고있는 (국내외 대회) 48연승 신기록을 깨야죠. 지금 8연승이니까…. 2, 3년은 걸리겠는데요”라며 밝게 웃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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