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드 진출 선언한 천하장사 이태현
“사각의 링에서 씨름 때의 열정을 쏟아붓겠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민속씨름 천하장사 출신인 이태현(30)이 종합격투기 프라이드 진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7일 2006 제천장사씨름대회가 열린 충북 제천체육관을 찾은 이태현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은퇴 이후에 프라이드쪽의 진출 제의를 적극적으로 받았고, 많은 고민을 한 뒤 파이터로서의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이태현은 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계획과 계약조건을 밝힐 계획이다.
이태현의 매니지먼트사인 ‘이지스’쪽은 “최홍만보다 좋은 조건이며, 연간 5억원 이상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간 프라이드 진출설이 나돈 뒤 전 소속팀 현대삼호중공업과도 연락을 끊고 지내온 이태현은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태현은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처음에는 프라이드가 뭔지 모르시다가 다음날 텔레비전에서 보시고는 우시면서 안하면 안되느냐고 하셨다”며 힘겨웠던 과정을 떠올렸다. 그는 또 “씨름을 버리고 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는데 그런 의도였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라며 “씨름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씨름을 안고 프라이드에 가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태현은 종합격투기 진출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제의를 받고 프라이드를 유심히 본 뒤 승부사로서의 기질이 되살아났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씨름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돌아와 씨름계에 열정을 쏟을 생각을 갖고 있다”며 팬과 씨름계의 애정어린 시선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날 예정된 이태현의 공식 은퇴식은 소속팀의 반대로 연기됐다. 그동안 두문불출하던 이태현에게 서운해하던 현대삼호중공업은 계약이 남아있던 그에게 위약금을 모두 받은 뒤 은퇴식을 해줄 예정이다.
천하장사의 ‘파이터’ 변신에 씨름계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국씨름연맹 관계자는 “이태현이 씨름계에 남아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떠나 안타깝다”며 서운해했다. 장지영 인하대학교 감독은 “종합격투기에서 국민영웅이 된 최홍만처럼 씨름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고, 또 우리가 그쪽 수준의 돈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나쁘다고 말할 순 없다”면서도 “이만기 장사 이후 이태현은 씨름계 최고의 인재다. 이태현만한 스타가 없는데, 몇년 더 선수생활을 하다가 교수 또는 지도자로 나갔으면 좋았을 것이다”며 아쉬워했다.
제천/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제천/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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