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한국수영의 ‘미래’ 박태환이 24일 오전 입국한 뒤 범태평양 수영대회에서 자신이 따낸 메달을 내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수영 샛별 박태환 ‘금빛 귀국’…“계속 성장중, 경쟁자 필요”
“그에게 경쟁자가 필요하다.”
불과 1주일 사이에 박태환(17·경기고2)은 많은 이들이 올려다보는 한국 수영의 별이 돼 돌아왔다. 쏟아지는 카메라 불빛에 그의 목에 걸린 3개의 메달(금2, 은1)이 유난히 빛나고 있었다. 이제 그 관심만큼의 부담이 앞으로 그를 억누를 차례다. 자신과의 싸움. 아직 소년 티를 벗지 못한 앳된 17살 박태환에게 던져진 숙제다.
2006 범태평양수영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비롯해 모두 4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한국수영대표단이 24일 낮 귀국했다. 남자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박태환을 비롯해 여자평영 200m에서 동메달을 딴 정슬기(18·서울체고) 등 20여명의 선수들은 국제대회 사상 최고성적을 거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밝은 표정으로 마중나온 가족들을 맞았다.
박태환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싫지 않은 듯 가족들과 취재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시종일관 웃고 있었다. 꾸밈없는 10대의 모습 그대로다. “목표는 아시안게임”이라고 짧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에게 2008 베이징올림픽은 아직 먼 이야기다. “체력과 기술이 부족하다”는 자신의 단점도 잘 알고 있다. 대신 박태환은 이번 대회를 통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을 얻었다. “내년 3월 세계선수권 1500m에서 해켓과 맞붙고 싶다”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그것이다. 그랜트 해켓(26·호주)은 2001년 자유형 1500m에서 세계신기록(14분34초56)을 세운 장거리 수영의 최강자. 박태환의 최고기록은 지난해 동아시아경기대회에서 작성한 15분00초32로 해켓보다 무려 25초 가량 뒤져 있다.
11년 넘게 박태환을 가르친 노민상(51) 총감독은 “타고난 수영 감각과 지구력이 이제 인정받기 시작했다”며 “정점에 이르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앞으로 보여줄 활약을 더욱 기대하라는 뜻이다. 대신 어린 박태환이 짊어져야 할 부담을 걱정했다. 그는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으로 태환이가 나태해질까봐 걱정”이라며 “조심스럽게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 박태환의 라이벌이 있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노 감독의 근심은 박태환에게 쓰디쓴 약이 될 수 있을까?
인천공항/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