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오류동 럭비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중국 럭비대표팀 경기에서 한국팀 선수가 옆줄 밖에서 던진 공을 잡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맥쿼리 제공
재정난 딛고 중국전 완승…꽉찬 관중 ‘함박웃음’
“하늘도 우리를 도와주네요.”
9일 오후 서울 오류동 럭비종합경기장. 한국과 중국의 테스트매치(A매치)를 앞두고 보슬비 내리던 하늘이 맑게 개자 윤재선 대한럭비협회 전무의 얼굴도 함께 펴졌다. 이날은 한국 럭비의 잔칫날이었다. 럭비협회는 그동안 재정난때문에 변변한 테스트매치 한번 열지 못했다. 그런데 호주에 본사를 둔 기간산업 투자업체 맥쿼리그룹이 럭비협회 후원을 맡으면서 이날 국제럭비풋볼연맹(IRB)의 공식 승인을 받는 경기를 연 것이다.
관중석은 오랜만에 꽉 찼고, 관중석 옆 잔디밭에도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돗자리를 펴놓고 럭비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특히 럭비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경기장은 열악했다. 전광판엔 시계조차 없었다. 그러나 럭비협회와 맥쿼리사 직원들은 세심하게 ‘잔치’를 준비했다. 관중석에 푹신한 방석을 마련했고, ‘럭비 관전법’을 만들어 나눠줬다. 현대식 간이화장실도 비치했다. 한양대 응원단의 흥겨운 응원과 유소년 럭비경기 등 볼거리도 많았다.
함정대 럭비협회 회장은 “오랜만에 럭비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을 보니 감개무량하다. 한국 럭비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경기는 더욱 박진감 넘쳤다. 선수들은 관중들의 박수와 함성에 절로 힘이 나는 듯했다. 때로는 코뿔소처럼 우직하게 전진하다가, 어느새 야생마처럼 빠르게 돌진했고, 때로는 치타처럼 날렵하게 상대수비를 헤집다가, 적진을 향하는 삼각 편대처럼 옆으로 옆으로 패스를 연결하며 눈깜짝할 사이에 트라이를 성공시켰다.
아시아 4~5위권인 중국은 아시아경기대회 2연패에 빛나는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최종 스코어 102-3. 무려 99점차 한국의 완승이었다. 송노일 대표팀 감독은 “이렇게 많은 관중들 앞에서 경기를 치른건 처음”이라며 “11월 월드컵 최종예선과 12월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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