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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엄마, 키 큰 이모들이 너무 많아요

등록 2006-09-19 19:38

“엄마! 놀아줘~잉”.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전주원 코치의 딸 수빈이는 체육관에서 재롱을 피우며 팀의 마스코트가 됐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엄마! 놀아줘~잉”.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전주원 코치의 딸 수빈이는 체육관에서 재롱을 피우며 팀의 마스코트가 됐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둘봐줄 사람 없어 함께 ‘합숙’
어느덧 훈련장의 마스코트
아이 미소에 선수들 피로 싹
전주원 신한은행 플레잉코치, 딸 수빈이와 농구훈련

“누구야?”

“남희 이모, 은주 이모, 코치 삼촌….”

18일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선수들이 맹훈련 중인 경기도 안산 와동체육관 한쪽에서 두살배기 여자아기가 재롱을 피우고 있다. 전주원(34) 플레잉코치의 딸 (정)수빈이다. 지난 9일 두돌이 지났으니, 이제 만 24개월이 됐다.

수빈이는 엄마와 함께 신한은행 숙소에서 자고, 낮에는 체육관을 놀이터 삼아 논다. 웨이트트레이닝실의 온갖 기구들은 수빈이의 장난감. 엄마가 운동할 때는 곽남희(26) 매니저가 보모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선수들은 ‘이모’이고, 위성우 코치는 ‘삼촌’이다. 외국인 선수 산드라 디종의 사진을 보고는 ‘까만 이모’란다. 기자한테는 금세 ‘기자 삼촌’이라고 부른다. 오전 훈련이 끝난 뒤 숙소로 돌아온 수빈이는 엄마 품에 안겨 밥을 먹었고, 한바탕 놀다가 엄마 등에 업혀 어느새 잠이 들었다.

수빈이가 엄마를 따라 이곳에 온 것은 지난달 30일. 그동안 할머니 손에 맡겨졌는데, 할머니가 29일 큰 수술을 받게 됐고, 할아버지와 이모할머니마저 할머니 병 간호 때문에 수빈이를 돌봐줄 수 없게 됐다. 아빠(정영렬)는 밤낮없이 바쁘고, 외가도 수빈이의 사촌이 맡겨져 갈 형편이 못됐다. 결국 수빈이는 엄마를 따라 숙소로 갔다.

수빈이는 와동체육관의 마스코트다. 곽남희 매니저는 “선수들이 힘든 훈련 중간중간에 수빈이 얼굴만 봐도 미소를 짓는다. 수빈이 덕분에 팀 분위기가 밝아졌다”고 말했다.


전주원 코치는 “힘들어도 수빈이와 함께 있는 요즘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수빈이를 낳은 지 두달반만에 아이와 떨어졌다. 합숙생활 때문이다. 수빈이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주말과 시즌이 끝난 뒤 2~3주 가량의 휴가가 전부였다. 지난 24개월 동안 수빈이 곁에 있었던 기간은 어림잡아 6개월이 채 안된다.

전 코치는 연신 “다른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지난 한주 동안 수빈이를 이모할머니에게 맡기기도 했다. 하지만 수빈이가 엄마한테 가고 싶다고 졸라 주말에 다시 데리고 왔다. 그는 “그나마 비시즌이니까 수빈이를 돌볼 수 있다”면서 “시즌 중에는 어림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여자프로농구에서 ‘주부선수’는 김영옥 이종애 박정은 등 서너명이 더 있다. 하지만 아이는 모두 없다. 출산과 육아 때문에 적어도 1년 이상 운동을 중단해야하고, 여간해선 복귀가 어렵기 때문이다.

수빈도 곧 엄마 곁을 떠난다. 국내·외 전지훈련이 잇따라 잡혀 있고 곧 시즌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전 코치는 “수빈이를 운동선수로 키우고 싶진 않다”면서 “그저 평범하고 예쁘게 자랐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

안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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