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내일 개막
체코 출신 베보다 안양 한라 감독 /
출근한지 2시간이 조금 넘었다는데 종이컵에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책상 위에는 전술훈련 기록지, 훈련성과와 계획을 적은 종이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컴퓨터와 상대팀 경기장면을 편집한 CD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보는 이의 눈을 어지럽게 했다.
“아내가 나보고 아이스하키에 너무 미쳤다고 그러죠.” 그러자 소속팀 총괄매니저가 옆에서 거든다. “오전 9시면 경기분석실에 와 저렇게 훈련내용을 꼼꼼히 기록하고 분석한 뒤 훈련을 시작하죠. 경기가 밤늦게 끝난 날에도 경기장면을 촬영한 CD를 받지않으면 숙소로 가지 않아요.”
한국 아이스하키 사상 외국인으로 처음 사령탑에 올라 ‘성공신화’를 써가는 체코 출신의 오타카 베보다(56·사진) 안양 한라 감독. 세계 아이스하키 4대 리그 중 하나인 체코와 일본(1993~98년)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그는 지난해 한라 감독으로 부임했다. 상대의 장·단점을 영상으로 편집해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이에 대응한 과학적인 훈련을 진행한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2003년부터 치른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한·중·일 참가)에서 중위권에 턱걸이하던 한라는 지난 시즌 9개팀 중 정규리그 2위와 창단 첫 플레이오프 3위를 차지했다. 아시아 최강인 일본팀들의 견제 속에서도 17연승 신기록도 세웠고, 콧대높은 일본과 유럽 출신 외국인 선수들의 틈바구니에서 득점왕 송동환(군복무 중)까지 배출했다. 그는 올해 계약을 2년 연장했다. “한국 아이스하키 등록선수가 500여명에 불과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죠. 그런데도 우리팀에 당장 유럽 최고리그에 가도 통할 선수가 2~3명이 있어요. 제가 있는 동안 우리팀을 통해 한국 아이스하키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제 그는 두번째 도전을 준비 중이다. 23일 개막돼 7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가는 2006~2007 시즌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가 그 무대. 4회째를 맞은 올해는 한국의 한라, 강원랜드를 비롯해 중국 2개, 일본 4개팀 등 모두 8개팀이 출전해 각국을 오가며 팀당 34경기를 치른다. 8개팀 중 유일하게 3주간 해외전지훈련(체코)까지 다녀온 한라는 4명의 외국인 선수 쿼터를 체코 선수들로 채웠다.
“득점왕 송동환과 수비수 3명이 군입대 또는 해외진출로 빠져 전력이 다소 약해졌지만, 골리(문지기)를 체코에서 데려왔고 고참들이 은퇴한 뒤 젊은 선수들의 투지도 좋아졌어요. 6강이 겨루는 플레이오프 진출이 1차 목표입니다.” 돌솥비빔밥과 김치를 좋아한다는 그는 한국음식에 길들어진 입맛처럼 또한번 ‘매운맛’을 선보일 결전을 기다리고 있다.
안양/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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