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천안 국민은행 선수들이 2007겨울리그를 앞두고 강원도 속초 모래사장을 달리며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속초/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파도소리, 설악산 단풍이 지겨워요.” 지난 20일 오전 강원도 속초 해수욕장. 한가로운 가을 바닷가에 모자와 수건으로 얼굴을 ‘무장’한 여성들이 나타났다. 저 멀리 보이는 외딴섬, 아스라한 뱃고동 소리, 그림같은 바닷가 풍경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이들은 스트레칭으로 가볍게 몸을 풀더니 이내 모래사장을 거침없이 내달렸다. 여자프로농구 천안 국민은행의 체력훈련 현장. 선수들은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지난 9일부터 이곳에서 ‘지옥훈련’을 받고 있다. 하루 훈련시간은 20㎞ 달리기, 복근운동, 웨이트트레이닝 등 무려 7~8시간. 오전에 모래사장에서 10㎞를 뛰고, 오후에 속초공설운동장에서 계단뛰기와 100m 트랙 전속력 달리기 등으로 10㎞를 더 뛴다. 저녁식사 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받는다. 농구공은 아예 가져오지도 않았다. 2년차 센터 김수연(20)은 “바다를 보고 감상에 젖은 건 잠시뿐이고, 이젠 파도소리만 들어도 지겹다”고 고개를 저었다.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코스는 계단뛰기. 때문에 오후에는 그보다 강도가 덜한 미시령 도로 12㎞ 달리기로 대신하기도 한다. 길가에 보이는 설악산 단풍도 선수들에겐 별 감흥이 없다. 조성원 코치는 “워낙 고된 훈련이다보니 선수들은 숙소에만 도착하면 곯아 떨어진다”고 귀띔했다. 의욕이 넘쳤던 최고참 정선민은 무릎을 다쳐 후송되기도 했다. 국민은행은 43년 역사를 자랑하며 농구대잔치 시절 삼성생명과 쌍벽을 이뤘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6개 여자프로농구 구단 중 유일하게 챔피언 경험이 없다. 프로출범 이후 2002 겨울리그와 2006 여름리그 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연거푸 챔피언전에서 쓴잔을 마셨다. 선수들은 그만큼 우승에 목말라 있다. 전력도 좋아졌다. 핵심인 신정자(26)를 금호생명에 내주고, 포인트가드 김지윤(31)을 영입했다. 정선민(32) 김지윤 김나연(27)은 97년 선경증권에서 우승 맛을 본 고참 3총사다. 여기에 김지현(22) 곽주영(22) 정선화(21) 김수연 등 루키도 넘쳐난다. 3년 만에 ‘친정’으로 돌아온 ‘탱크가드’ 김지윤은 “우승을 위해 개인적인 욕심은 비웠다”고 말했다. ‘에인절 슈터’ 김나연 역시 “선수들의 각오가 비장하다. 고생한 만큼 반드시 결실을 맺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속초/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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