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기대회 당구출전 박승칠씨
최연소 대표와 41살차
고3인 딸도 포켓볼 선수
고3인 딸도 포켓볼 선수
D-22, 아시아경기대회 당구출전 박승칠 /
당구장을 운영하던 그는 33살이던 1985년 무렵 당구 1500점 이상을 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짠물 당구’로 소문난 인천으로 터전을 옮겨 아예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큐대’ 하나를 들고 무림의 고수들을 찾아나섰다. 내기를 하면 그의 돈을 구경할 수 없다고 해서 전설로 불리던 전북의 ‘이리 꼬마’ 전광웅, ‘불광동 꼬마’ 정정우 등을 만나 한 수 배우며 실력을 키워갔다. ‘꼬마’는 당구 고수를 일컫는 은어. 실력자들간의 대결에는 구경꾼들이 몰려들었고, 팽팽한 싸움 때문에 잠을 자지않고 2~3일간 경기가 이어지는 날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 그도 ‘당구 머신’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기계처럼 정교한 그의 타격때문이다.
박승칠(사진). 1952년생인 그는 제15회 카타르 도하아시아경기대회(12.1~15) 한국선수단 중 최고령자다. 최연소인 요트 국가대표 이경진(1993년생)보다 41살이나 많다. 박승칠은 당구 잉글리시 빌리어드 부문에 코치 겸 선수로 출전한다. 잉글리시 빌리어드는 한개의 공으로 나머지 두개의 공을 맞히거나, 구멍에 넣으면 점수를 얻는 경기. 자신의 공과 두개의 공이 모두 구멍에 들어가면 가장 많은 10점을 딴다. 아시아경기대회는 100점 3판2선승제 등으로 치러진다.
포켓볼 선수 1세대인 그는 잉글리시 빌리어드 국내 1인자. 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8강에 그친 그는 금메달을 향해 하루 8시간의 강도높은 훈련을 하고 있다. 4년 전 금메달을 딴 타이와 인도가 이 부문 강자다.
“국가대표 전체의 맏형인 만큼 당구에서 메달을 따 선수단의 사기를 높일 수 있으면 좋겠어요.” 고등학교 3학년인 딸도 포켓 나인볼 선수다. 아빠와 딸은 최근 전국체전에 인천대표로 함께 출전하기도 했다.
“당구를 천직으로 안다”는 그의 당구 예찬론. “당구는 동네 건달들이나 치는 것으로 인식이 나쁘기도 하지만 굉장히 집중력을 요구하는 경기입니다. 1시간을 치면 3~4㎞를 걷는 효과도 있습니다. 외국은 고급스포츠로 자리잡은지 오래됐어요. 메이저대회 우승상금이 8억원이 넘고, 세계 상위권자들은 1년에 몇십억씩 수입을 거두는 종목이죠.” 한 때 당구장 5개나 운영했던 그는 인천에 ‘스포츠 당구 아카데미’를 열어 또다른 ‘강호의 고수’를 길러내고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대한당구연맹 제공
사진 대한당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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