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학생 채규재씨, 대륙간컵대회서 한국선수단 통역
“야구가 좋아 타이베이에서 여기까지 단숨에 달려왔죠.”
대만 유학생 채규재(25)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너무 신난다. ‘야구광’인 그는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고 있는 제16회 대륙간컵 야구대회(9~19일)에서 한국선수단 통역을 자청하고 나섰다. 채씨는 단국대 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7월 대만 정부 장학생으로 선발돼 대만국립정치대 중국대륙연구소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타이베이에 살고 있지만 요즘은 2~3시간 떨어진 타이중에서 선수단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그는 “사실 시험기간인데, 교수님께 미리 말씀 드려 시험도 늦췄고, 수업도 조정했다”면서 “교수님도 야구를 좋아하셔서 흔쾌히 허락하셨다”고 웃음지었다. 그래도 13~15일에는 빠질 수 없는 수업 때문에 잠시 타이베이에 다녀와야 하는 게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다.
채씨가 야구광이 된 것은 중학교 때부터. 집이 서울 잠실야구장 근처였던데다, 잠신중학교 시절 학교 야구 선수들을 보면서 야구의 재미에 흠뻑 빠졌다. 대학 때는 학보사 기자를 하면서 야구 선수들을 자주 취재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엘지(LG) 트윈스를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채씨는 지난해 9월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때 대만팀 통역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대한야구협회에 직접 찾아가 전공인 중국어 통역을 자원한 것이다. 그는 “대회 기간 동안 잠실 집에서 문학구장까지 왕복 4시간이 걸렸지만 좋은 추억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서도 조직위에 한국선수단 공식 통역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조직위는 대만 야구 정보 유출을 우려해 그 대신 화교 출신에게 한국 선수단 통역을 맡겼다. 공식 통역을 맡진 못했지만, 선수단 사이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첫날부터 국제야구연맹(IBAF) 행사에 참석한 이내흔 대한야구협회 회장의 통역을 맡았고, 선수들과 일상에서 한몸처럼 움직이며 선수들의 ‘입’이 돼주고 있다.
채씨는 “대만은 해외파까지 모두 불러들여 ‘드림팀’을 만들었지만, 한국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타이중(대만)/글·사진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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