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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순희, 사(死)선을 넘어 사(射)선에 서다

등록 2006-11-29 18:37수정 2006-11-29 18:41

도하2006
‘아줌마 총잡이’ 부순희, 언니 죽음·위암 이기고 첫 AG 금메달 도전

카타르 도하 외곽 사막에 지어진 사격장. ‘주부 총잡이’ 부순희(39·사진)는 예전보다 말라있었다. 입술 왼쪽 끝도 부르터 있었다. “음식이 잘 맞지 않아서요. 비행기도 6년 만에 탔거든요. 여기 와서 1~2㎏이 더 빠진것 같아요.” 47㎏의 몸무게도 몇년 사이 42~3㎏으로 떨어져 있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채 돌아온 10월. 유방암으로 고생해온 시어머니는 폐암으로 번진 암세포를 끝내 견뎌내지 못했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참 추웠을 때인데…. 언니도 폐암이었죠.” 1년 넘게 투병생활을 하던 언니는 두 아들을 남기고 먼길을 떠났다.

부순희는 여섯살 위의 언니 신희씨 얘기를 할 때 조용한 목소리가 더 가라앉았다. “언니가 세상을 떠나고 많이 울었어요. 언니를 따라 사격을 했거든요. ‘사격은 이렇게 해야 한다’며 많이 가르쳐줬던 언니였는데….” 그는 소화가 잘 되지 않았을 뿐이었다고 했다. 배가 좀 아파 병원을 찾은 건 2002년 3월. 이번엔 그의 몸에서 암세포가 발견됐다. 위암이었다. 위암수술을 받은 적이 있던 친정 어머니의 충격이 컸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의사의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하게도 사격이 떠올랐다.

“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가 얼마남지 않았는데, 국가대표 선발전도 못나가겠구나 싶었어요. 이러다 사격을 아예 못하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 들더라고요.”

위암 초기인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는 2002년 4월 위의 절반 이상을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았다. “잘 먹지 못해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서 살도 많이 빠졌죠.” 남편은 그저 쉴 것을 권유했다. 부순희는 태릉사격장에서 표적지를 붙이고 기록 등을 관리하던 병사와 결혼해 가정을 이뤘다.

“남편은 또 아프려고 그러냐며 말렸어요. 미련이 남았죠.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없었거든요.” 실제로 세계선수권(1994년)과 월드컵(1997년·1998년) 등에서 우승했지만, 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1994년(히로시마) 스포츠권총 개인전 은메달이 그의 최고성적이다. 사(死)선을 넘어 다시 사(射)선에 선 그는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0m 공기권총 3위, 2 권총 4위로 6년 만에 태극마크를 되찾았다.


“아들 동규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힘이 돼요. 남편은 ‘스트레스 받지말고 즐겁게 쏘라’며 격려해주죠.” 부순희는 12월3일 10m 공기권총 여자 개인전, 5일 2 권총 여자 개인·단체전에 출전한다. 금메달에 도전하지만, 그는 도하에 와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금메달감이었다.

도하/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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