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높이’에 한이 맺혀 있다.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우승하고도 챔피언 결정전에서 서울 삼성의 ‘높이’에 속수무책으로 4패를 당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 영입한 선수가 204㎝의 최장신 ‘용병’ 크리스 버지스(27). 버지스가 유 감독의 가슴을 뻥 뚫어줬다.
29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06~2007 프로농구 정규리그. 모비스는 안방팀 케이티에프(KTF)를 접전 끝에 80-76으로 꺾고 원정경기 4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6위 모비스는 8승7패로 시즌 첫 5할 승률을 넘기며 공동 1위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 4연승을 달리던 케이티에프는 이날 승리하면 시즌 첫 10승과 함께 2년 만에 단독 선두로 올라설 수 있었지만 버지스의 ‘높이’에 막혀 3위로 내려앉았다.
경기 내내 7~8점 차로 끌려가던 케이티에프는 종료 1분43초 전 애런 맥기의 속공으로 76-76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종료 51.8초 전 센터 필립 리치가 공격 튄공을 잡으려다 우지원에게 파울을 저질러 5반칙 퇴장을 당한 게 뼈아팠다. 우지원은 자유투 2개를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케이티에프는 맥기와 리치가 모비스 골밑을 공략하며 1쿼터 한때 17-8, 9점 차까지 앞섰다. 그러나 추일승 감독의 말대로 초반에 잘나간 게 되레 ‘독’이 됐다. 둘은 집요하게 골밑만 파고들 뿐 외곽으로 공을 빼주질 않았다.
그러는 사이 모비스는 2쿼터 3분께 이병석의 3점포로 역전에 성공한 뒤 버지스의 ‘높이’로 승리를 지켰다. 모비스는 버지스 덕분에 팀 튄공잡기에서 32-25로 앞섰다. 버지스는 26분간 뛰며 덩크슛 3개를 포함해 19득점 9튄공잡기에다 블록슛과 가로채기도 2개씩 기록했다. 유재학 감독은 버지스에 대해 “세밀한 플레이가 아쉽지만 높이에선 이제 다른 팀에 뒤질 게 없다”고 자신했다. 부산/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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