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출전 팔레스타인 ‘맨발의 소녀’
팔레스타인의 여자육상 800m 사나 아부부킷(22·사진). 그는 팔레스타인 여성 최초로 2004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였다. ‘중동의 화약고’인 가자지구에 사는 그는 육상트랙이 없어 동네를 뛰며 실력을 키웠다. 그는 반팔 옷을 입고 운동하다 여성의 운동참여에 부정적인 동네사람들이 던지는 돌과 막대기에 맞기도 했다. 제대로 된 운동화가 없어 돌밭에서 맨발로 훈련해 ‘맨발소녀’라는 별명으로 화제가 됐다. 키가 1m60에 불과한 그는 당시 2분32초10으로 출전선수 중 꼴찌로 들어왔다.
그가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3일 카타르 스포츠클럽 육상장에서 만난 그는 트랙훈련이 즐거운 듯 표정이 꽤 밝았다. 그러나 카타르 입국은 쉽지 않았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휴전을 선언했지만, 그는 “내가 사는 가자지구에 여전히 로켓폭격이 이어지고 있다”며 “가족과 가까운 이웃주민들이 죽지않은 게 다행”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이어 “가자지구 국경이 봉쇄됐는데, 이스라엘 쪽에서 국경을 열어줄 때만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아부부킷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려고 봉쇄가 심해지기 한달 전 이집트로 빠져나와 지내다 개막 직전 도하로 건너왔다. 그러나 배구팀은 결국 나오지 못해 몰수패를 당했고, 유도 선수들은 코치가 오지 못해 동료 선수가 코치석에 앉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아부부킷은 800m 최고기록이 2분28초라고 했다. 여자 아시아신기록은 1분55초54. 그러나 그는 큰 눈을 깜빡이며 “언젠가 월드챔피언이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또하나의 바람을 얘기했다. “팔레스타인의 독립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도하/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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