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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이종범 김재박 ‘전설’ 이어 프로야구 당구 타짜는?

등록 2006-12-05 21:32수정 2006-12-12 17:58

<b>병용형, 내 모습 봤지? </b> 기아 신용운이 준결승 상대, 에스케이 채병용이 지켜보는 가운데 1점을 먼저 뽑고 두번째 샷을 준비하고 있다.
병용형, 내 모습 봤지? 기아 신용운이 준결승 상대, 에스케이 채병용이 지켜보는 가운데 1점을 먼저 뽑고 두번째 샷을 준비하고 있다.
[김양희 기자의 야구, 야그]
8개구단 선수·코치 ‘녹색리그’…삑사리·키스 이변 거듭
<b>내친 김에 3점까지 내볼까</b> 가볍게 2점을 낸 신용운이 다음 샷을 위해 동작을 취하고 있다.
내친 김에 3점까지 내볼까 가볍게 2점을 낸 신용운이 다음 샷을 위해 동작을 취하고 있다.


‘김양희 기자의 야구 야그’

‘육지’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면서 섬(제주도)을 떠나게 됐을 때, 마음 속으로 하나만 생각했다. ‘기필코 야구를 내 눈으로 직접 보리라.’ 어렸을 적부터 그냥 야구가 좋았다. 그래서 스포츠 기자가 됐다. 그들의 땀이 좋고 순수함이 좋고 그들이 부르는 ’누나’라는 호칭이 좋다. 지면에 못 담는 그들의 이야기를 ’내 마음대로’ 여기에 풀어본다.


(5일 오전 10시부터 엠비씨-이에스피엔(MBC-ESPN) 주최로 프로야구 선수를 대상으로 한 당구경기가 열렸다. 당구는 잘 모르지만, 야구 고수의 큐 놀림을 가까이서 지켜 보았다. 이를 중계형식으로 담아본다.)

이도형 탈락은 한국이 대만과 일본에 무릎 꿇은 꼴

사회자 =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출전한 3쿠션 당구대회(5일)가 열리는 서울 상암동 DMS 스튜디오입니다. 8개 구단에서 내로라 하는 실력파 당구쟁이들이 참가한 가운데 아주 불꽃튀는 대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준결승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잠깐 예선전을 돌아보지요. 해설자님, 예선에서는 이변이 많이 일어났지요?

해설자 = 네, 그렇습니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이도형 한화 선수와 김인호 현대 코치가 불의의 일격을 맞고 탈락했죠. 이들 모두 400점 이상의 실력파였는데, 의외였습니다. 이번 아시아 경기대회에서 한국 야구가 대만, 일본에 무릎꿇은 사건과 비교될 수 있겠습니다. 스포츠에서 단판승부의 결과는 아무도 모르죠. 아마가 프로를 이길 수 있고 당구 200점이 400점을 이길 수도 있는게 단판 승부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사회자 = 이도형 선수는 당구대 표면에 익숙치 않아 패했다고 말하더군요. 한화 선수들 중에서는 김민재 선수와 함께 당구실력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선수이기 때문에 충격 또한 클 것 같습니다.

독거미 자넷 리와 악수 나눈 채병용 ‘승부는 행운 순?’

해설자 = 김인호 코치가 받은 충격에 비해 덜 하지 않을까요. 코치로서는 유일하게 김민호 두산 코치와 함께 경기에 출전했는데,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김코치에게 2-11로 완패하지 않았습니까. 김민호 코치는 경기 후에 "김인호 코치가 연습 때 너무 잘해서 거의 포기했는데 의외로 잘 풀렸다"고 말하더군요.

<b>내가 호락호락해 보이니? </b> 2-5로 뒤진 채병용이 신중한 모습으로 당구공을 응시하고 있다.
내가 호락호락해 보이니? 2-5로 뒤진 채병용이 신중한 모습으로 당구공을 응시하고 있다.

사회자 = 두번째(2)경기였던 박한이(삼성)-이상목(롯데) 선수의 경기는 예상대로 250점의 이선수가 200점의 박 선수를 가볍게 이겼습니다. 하지만 3경기서 예측 불허의 결과가 나왔지요. 당구 300점의 고수, 류택현 엘지 선수는 자기 큐까지 가져왔는데 어이없게 250점의 채병용 선수에게 무릎꿇은 것이지요.

해설자 = 그러게 말입니다. 채선수가 운이 참 좋았던 경기였습니다. 예선전이 열리기 전에 잠깐 근처 당구장에서 홍보팀 관계자와 몸을 풀고 왔다던데, 그 정성이 통했나 봅니다. 류택현 선수도 이 대회를 위해 평소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사회자 = 그러고 보니 채선수는 프로 야구 시즌 중에 ’독거미’ 자넷 리와 악수를 나눈 사이 아닙니까.

해설자 = 그렇죠. 자넷 리가 인천 문학구장으로 시구를 하러 왔을 때 선발투수였기 때문에 마운드에서 시구를 마친 자넷 리와 악수를 나눴지요. 당시 채선수가 자넷 리에게 팬이라면서 기를 불어넣어달라는 부탁을 했던 일화가 있습니다.

이종범 왼손 다치자 오른손으로 쳐 ‘신이 내린 스위치히터’

사회자 = 자넷 리의 기가 통했나 봅니다. (잠시 멈칫하다가) 아, 말씀드리는 순간 선수들이 입장했습니다. 예선전에서 이도형 선수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 신용운(기아) 선수와 채병용 선수의 대결이지요. 두 선수 모두 투수인데 (당구공) 치는 실력도 상당하네요.

<b>이것만 성공시키면…</b> 10-10 동점에서 채병용이 회심의 1구를 치고 있다. 그러나 실패하면서 결승행은 좌절됐다.
이것만 성공시키면… 10-10 동점에서 채병용이 회심의 1구를 치고 있다. 그러나 실패하면서 결승행은 좌절됐다.

해설자 = 네, 신용운 선수는 기아 선수들 대표로 나오기는 했지만 기아에서 진짜 당구 타짜는 이종범 선수와 김종국 선수라고 합니다. 특히 이종범 선수는 왼팔을 다쳤을 때 한동안 오른손으로 당구를 쳐 이제는 두 손 모두로 당구를 칠 수 있다죠. 일명 당구계의 스위치 히터로 불릴 수 있는데 좌우 모두 당구실력이 400점이라고 합니다. 신이 내린 양팔이지요.

700 ‘입신’ 김재박 감독 아시아경기서 당구처럼만 했더라면

사회자 = 대단하네요. 신용운 선수, 먼저 공격권을 갖습니다. 평소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 투수라 공 때릴 때도 상당한 파워를 자랑하네요. 처음부터 3쿠션을 성공하면서 앞서가는 신 선수. 지켜보는 채 선수의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해설자님, 듣기로는 엘지 김재박 감독께서는 당구 실력이 700이 넘는다고 하죠.

해설자 = 네,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당구실력만큼의 용병술을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죠.

<중략>

사회자 = 경기는 아주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채선수가 공을 치려는 순간...앗, 이게 뭡니까. ’삑사리’네요. 채선수, 쑥스러워서 어쩔 줄 모릅니다.

해설자 = 채선수 아무래도 자넷 리의 ’약발’이 다 떨어지나 봅니다.

사회자 = 점수는 10-9. 신용운 선수가 1점만 나면 김민호 코치와 결승에서 맞붙게 됩니다. 신선수, 신중하게 공을 쳤지만 ’키스’가 나면서 2번째 공을 못 맞추네요.

삑사리-키스 주고받다 끝내 독거미 약발이 다 돼…

해설자 = 다 차려진 밥상이었는데. 많이 아쉽죠.

<b>잘했다</b> 경기가 끝난 뒤 채병용과 신용운이 나란히 서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잘했다 경기가 끝난 뒤 채병용과 신용운이 나란히 서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회자 =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당구대 앞에 선 채선수. 손쉽게 3쿠션에 성공해 10-10을 만듭니다. 오늘 펼쳐진 경기 중에 제일 박빙의 경기 같은데요. 채선수, 오늘 운이 많이 따르고 있습니다.

해설자 = ‘뽀록’이 많았지요.

사회자 = 앗, 이게 뭡니까. 신선수와 똑같은 실수를 하면서 한 끗 차이로 공이 벗어납니다. 공이 아주 잘 보이는 위치에 있어 신용운 선수가 쉽게 점수를 낼 것 같은데요.

김양희 한겨레 스포츠팀 기자
김양희 한겨레 스포츠팀 기자
해설자 = 신용운 선수에게 승운이 기우네요.

사회자 = 신선수, ’두번의 실수’는 없다는 듯이 손쉽게 점수를 냅니다. 11-10. 이로써 신선수가 간신히 채선수를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합니다. 신선수의 준결승 경기를 지켜보던 김민호 코치, 신선수를 날카롭게 쳐다봅니다. 코치 체면에 한창 어린 선수에게 질 수는 없겠죠.

타짜 김민호 코치 “손이 다 떨렸다…한 턱 쏜다”

결승전에서 김민호 코치는 15-4의 점수로 여유롭게 신용운 선수를 제압하고 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김코치는 "긴장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물을 마시는데 손이 다 떨렸다. 빨리 탈락했으면 잠실 구장으로 가서 두산 선수들의 훈련을 도왔을 텐데 결승까지 올라가 우승을 했다. 한 턱 쏴야겠다"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날 우승자에게는 미니 당구대와 큐대가 부상으로 주어졌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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