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용형, 내 모습 봤지? 기아 신용운이 준결승 상대, 에스케이 채병용이 지켜보는 가운데 1점을 먼저 뽑고 두번째 샷을 준비하고 있다.
[김양희 기자의 야구, 야그]
8개구단 선수·코치 ‘녹색리그’…삑사리·키스 이변 거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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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3점까지 내볼까 가볍게 2점을 낸 신용운이 다음 샷을 위해 동작을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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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호락호락해 보이니? 2-5로 뒤진 채병용이 신중한 모습으로 당구공을 응시하고 있다.
사회자 = 두번째(2)경기였던 박한이(삼성)-이상목(롯데) 선수의 경기는 예상대로 250점의 이선수가 200점의 박 선수를 가볍게 이겼습니다. 하지만 3경기서 예측 불허의 결과가 나왔지요. 당구 300점의 고수, 류택현 엘지 선수는 자기 큐까지 가져왔는데 어이없게 250점의 채병용 선수에게 무릎꿇은 것이지요. 해설자 = 그러게 말입니다. 채선수가 운이 참 좋았던 경기였습니다. 예선전이 열리기 전에 잠깐 근처 당구장에서 홍보팀 관계자와 몸을 풀고 왔다던데, 그 정성이 통했나 봅니다. 류택현 선수도 이 대회를 위해 평소 연습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사회자 = 그러고 보니 채선수는 프로 야구 시즌 중에 ’독거미’ 자넷 리와 악수를 나눈 사이 아닙니까. 해설자 = 그렇죠. 자넷 리가 인천 문학구장으로 시구를 하러 왔을 때 선발투수였기 때문에 마운드에서 시구를 마친 자넷 리와 악수를 나눴지요. 당시 채선수가 자넷 리에게 팬이라면서 기를 불어넣어달라는 부탁을 했던 일화가 있습니다. 이종범 왼손 다치자 오른손으로 쳐 ‘신이 내린 스위치히터’ 사회자 = 자넷 리의 기가 통했나 봅니다. (잠시 멈칫하다가) 아, 말씀드리는 순간 선수들이 입장했습니다. 예선전에서 이도형 선수를 꺾는 파란을 일으킨 신용운(기아) 선수와 채병용 선수의 대결이지요. 두 선수 모두 투수인데 (당구공) 치는 실력도 상당하네요.
이것만 성공시키면… 10-10 동점에서 채병용이 회심의 1구를 치고 있다. 그러나 실패하면서 결승행은 좌절됐다.
해설자 = 네, 신용운 선수는 기아 선수들 대표로 나오기는 했지만 기아에서 진짜 당구 타짜는 이종범 선수와 김종국 선수라고 합니다. 특히 이종범 선수는 왼팔을 다쳤을 때 한동안 오른손으로 당구를 쳐 이제는 두 손 모두로 당구를 칠 수 있다죠. 일명 당구계의 스위치 히터로 불릴 수 있는데 좌우 모두 당구실력이 400점이라고 합니다. 신이 내린 양팔이지요. 700 ‘입신’ 김재박 감독 아시아경기서 당구처럼만 했더라면 사회자 = 대단하네요. 신용운 선수, 먼저 공격권을 갖습니다. 평소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 투수라 공 때릴 때도 상당한 파워를 자랑하네요. 처음부터 3쿠션을 성공하면서 앞서가는 신 선수. 지켜보는 채 선수의 얼굴이 일그러집니다. 해설자님, 듣기로는 엘지 김재박 감독께서는 당구 실력이 700이 넘는다고 하죠. 해설자 = 네,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당구실력만큼의 용병술을 보여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죠. <중략> 사회자 = 경기는 아주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채선수가 공을 치려는 순간...앗, 이게 뭡니까. ’삑사리’네요. 채선수, 쑥스러워서 어쩔 줄 모릅니다. 해설자 = 채선수 아무래도 자넷 리의 ’약발’이 다 떨어지나 봅니다. 사회자 = 점수는 10-9. 신용운 선수가 1점만 나면 김민호 코치와 결승에서 맞붙게 됩니다. 신선수, 신중하게 공을 쳤지만 ’키스’가 나면서 2번째 공을 못 맞추네요. 삑사리-키스 주고받다 끝내 독거미 약발이 다 돼… 해설자 = 다 차려진 밥상이었는데. 많이 아쉽죠.
잘했다 경기가 끝난 뒤 채병용과 신용운이 나란히 서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회자 =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당구대 앞에 선 채선수. 손쉽게 3쿠션에 성공해 10-10을 만듭니다. 오늘 펼쳐진 경기 중에 제일 박빙의 경기 같은데요. 채선수, 오늘 운이 많이 따르고 있습니다. 해설자 = ‘뽀록’이 많았지요. 사회자 = 앗, 이게 뭡니까. 신선수와 똑같은 실수를 하면서 한 끗 차이로 공이 벗어납니다. 공이 아주 잘 보이는 위치에 있어 신용운 선수가 쉽게 점수를 낼 것 같은데요.
김양희 한겨레 스포츠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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