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인가, 아프리칸게임인가.’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육상 경기에 아프리카 출신들이 대거 출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일달러’를 앞세운 중동 국가들이 아프리카 선수들을 대거 귀화시켜서 생긴 일이다.
10일(한국시각) 열린 남자 10,000m 결승 출전 선수 9명 가운데 4명이 아프리카계 흑인이었다. 이들은 우승을 차지한 하산 마흐부브(바레인)와 2위 에사 이스마일 라셰드(카타르) 등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휩쓸었다.
3,000m 장애물도 마찬가지. 케냐 출신의 타레크 무바라크 살렘(바레인)과 가멜 벨랄 살렘(카타르)이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다가 나란히 1, 2위로 골인했다. 케냐 이름이 데니스 킵키루이 키터인 무바라크 살렘은 16살이던 지난해 세계주니어대회에서 우승하자 바레인으로부터 ‘귀화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살렘은 “조국을 바꾼 건 재능을 발휘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살렘은 제2의 조국 바레인에 첫 금메달의 감격을 안겨줬다.
바레인은 남자 1,500m에서 귀화 선수가 두번째 금메달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은 모로코 출신의 라시드 람지. 그는 헬싱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처음 800m와 1,500m를 동시에 석권했다. 람지와 함께 우승을 다툴 것으로 보이는 알리 카말 아부바케르(카타르) 역시 아프리카 출신이다. 여자 10,000m와 100m에서도 바레인 국적의 아프리카 출신 카리마 살레 자심과 알 가사라가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