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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이 금메달을 결정한다?
2004년 이후 크게 바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규칙이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서 선수들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3라운드 2선승제로 진행되며, 매 라운드 경기시간은 2분. 상체만을 공격할 수 있는 그레코로만형의 규칙상 점수를 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동점으로 1분이 지나면, 두 선수에게 패시브 기회를 줘 활발한 공격이 가능하게 한다.
패시브 기회를 얻은 공격자가 30초 이내에 점수를 따지 못하면 1점을 빼앗기고 공격권이 상대에게 넘어간다. 따라서 두 선수 똑같이 패시브 기회를 살리지 못했을 경우 점수는 1-1 동점이 되지만, 문제는 후취점 우선 규정. 동점이 발생할 경우 나중에 점수를 뽑아낸 선수가 그 라운드를 이기게 돼 있어, 먼저 공격하는 선수(뒤에 수비한 선수)가 유리하다. 물론 후 공격권을 가진 선수가 공격에서 점수를 뽑아낸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선 패시브 기회를 살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공격권을 결정하는 심판의 동전은 지금까진 결정적인 순간마다 한국선수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11일(한국시각) 무더기 금을 따낸 김민철(66㎏급) 김정섭(84㎏급) 김광석(120㎏급)이 모두 이 규정의 도움을 받았다. 아시아 최고의 자리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필요한가보다.
도하/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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