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가라파 인도어홀에서 열린 남자 핸드볼 예선 조별리그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한국의 김태완이 레바논 수비수의 마크를 피해 슛 하고 있다.(도하=연합뉴스)
남자핸드볼 한국-카타르 4강전, 2분퇴장 10번이나
‘중동 텃세’.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추악할 줄은 몰랐다. 남자핸드볼 한국-카타르의 4강전이 열린 12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알가라파경기장. 심판의 편파판정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지를 보여준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다.
이날 심판은 아시아핸드볼연맹 회장국인 쿠웨이트 출신 알리 압둘후세인과 사미 칼라프. 이들은 초반부터 한국의 장신 공격수 윤경신(2m03)을 ‘표적’으로 삼았다. 전반 4분 속공기회에서 윤경신의 오버스텝을 선언한 심판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윤경신에게 곧바로 2분 퇴장을 줬다. 점수는 순식간에 0-4로 벌어졌다.
심판들은 한국 선수가 상대에게 닿기만 해도 ‘턴오버’를 불어댔다. 핸드볼은 턴오버와 동시에 상대에게 공격권이 넘어간다. 한국은 수비진영을 갖추기도 전에 상대의 속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수비 땐 2분 퇴장을 남발했다. 카타르가 3번의 2분 퇴장을 당한 반면, 한국은 무려 10번이나 당했다. 한국은 경기 내내 골키퍼를 제외한 5명만이 공격을 했다. 7대7의 싸움이 5대9의 싸움으로 바뀌었으니 28-40, 대패는 뻔한 결과였다.
한국팀의 아시아대회 6연패를 저지하려는 쿠웨이트와 개최국 카타르의 계략은 본선부터 시작됐다. 아시아핸드볼연맹은 한국-쿠웨이트와의 본선리그 최종전엔 국제핸드볼연맹으로부터 자격을 박탈당한 카타르 출신 심판을 배정해 쿠웨이트의 승리를 도왔다.
핸드볼은 다른 종목에 비해 심판의 재량이 많이 허용되는 편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우승 당시엔 개최국 한국이 판정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경기를 지켜본 강재원(41) 일본 다이도스틸 감독은 “핸드볼이 아무리 심판재량을 인정해주는 스포츠지만 이런 식은 아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1990년 베이징대회부터 아시아경기대회에서만 4개의 금메달 딴 윤경신은 “지금까지 핸드볼을 했다는 게 창피하다”며 허탈해 했다.
대회가 막바지로 치닫는 도하 현지에선 외국 출신 진행요원들의 불친절하고 막무가내인 서비스에 불만이 많다. 이날의 심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한국을 떨어뜨려라’란 임무가 주입된, 인간 로봇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도하/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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