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리 백조처럼…. 김연아가 16일(한국시각)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에서 우아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연합
시니어 무대 9개월 신참내기, 승부사 기질은 베테랑
16일(한국시각) 세계 피겨 왕중왕에 오른 김연아(군포 수리고1)의 나이는 열여섯살이다. 피겨 스케이팅 시니어 무대에 뛰어든 것도 불과 9개월밖에 되지 않는 신참내기다. 하지만 그의 투지와 승부욕은 여느 베테랑 못지 않다.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은 김연아의 승부욕을 그대로 보여준 대회였다. 대회 참가 전부터 김연아는 허리통증을 앓고 있었다. 통증 때문에 첫날(15일) 쇼트프로그램에서 3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그가 아니었다. 김연아는 진통제와 압박붕대의 물리적 힘에 정신적 투혼을 곁들이면서 다음날(16일)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에서 군더더기없는 연기를 펼쳐내며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을 2위로 마쳤던 안도 미키(18·일본)가 허리통증 등의 컨디션 난조로 4차례의 3회전 점프시도를 1회전으로 끝내는 등의 최악의 연기를 보였던 것과 비견된다. 안도는 결국 5위로 추락했다.
김연아의 승부욕이 가져다 준 선물은 이번 대회 우승 뿐 만이 아니었다. 김연아는 17일 오전 발표된 국제빙상연맹 피겨 스케이팅 여자싱글 세계랭킹에서 3379점으로 5위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포인트를 올린 게 결정적이었다. 김연아는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4차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랭킹 9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김연아보다 상위를 차지한 선수는 이리나 슬루츠카야(3930점·러시아), 아사다 마오(3555점), 수구리 후미에(3447점·이상 일본), 엘레나 소코로바(3405점·러시아) 등이다.
김연아는 닮고 싶은 선수를 꼽으라는 질문에 “세계 팬들이 가장 좋은 선수였다고 평가하는 미셸 콴(미국)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흥미롭게도 콴 또한 열여섯살이던 1996년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참가해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뒤 승승장구했다. 김연아는 과연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승부욕을 앞세워 그가 롤모델로 삼는 콴처럼 세계 여자피겨 무대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을까. 벌써부터 김연아의 열일곱살 무대가 기다려진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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