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21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박성인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으로부터 포상금 3천만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빙상연맹, 김연아만 ‘무한지원’ 약속
나머지 국가대표 7명, 훈련비 무일푼
나머지 국가대표 7명, 훈련비 무일푼
“돈이 없어서 훈련을 못한다는 얘기를 듣지 않도록 하겠다!”
대한빙상경기연맹(회장 박성인)이 ‘피겨여왕’ 김연아(16·군포수리고1)를 향해 팔을 걷어붙였다. 박성인 회장은 21일, 2006~200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한 김연아에게 포상금을 건네주며 ‘무한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11월 시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 우승 때 김연아에게 2천만원을 포상했던 빙상연맹은 이번에는 3천만원을 내놓았다.
‘짝사랑’의 명암=이로써 올 시즌 김연아에게 빙상연맹이 들인 돈은 훈련지원비까지 포함해 약 1억4500만원에 이른다. 한해 23억원의 예산으로 살림을 꾸리는 연맹으로선 과감한 투자를 하는 셈이지만, 김연아에 대한 연맹의 ‘짝사랑’ 반대편엔 여전히 어두운 구석도 존재한다.
현재 빙상연맹에 소속된 피겨 국가대표는 8명. 이 중 연맹의 훈련지원금을 받는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하다. 연습할 아이스링크가 부족하고, 국외 전지훈련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연맹의 지원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연아의) 성과가 커서 내년부터 캐나다 전지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박 회장의 ‘공언’에 놀랄 수밖에 없는 게 나머지 선수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언제까지 김연아만…=눈치를 살피느라 침묵하고 있지만 빙상연맹의 김연아 ‘올인’을 바라보는 피겨인들의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다. 시니어 무대를 정복하면서 유명인이 된 김연아가 ‘훈련비 부족’을 겪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연아는 이번주와 다음주 광고촬영을 시작으로 ‘대외활동’에 나선다. 그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아이엠지(IMG) 코리아 쪽은 “현재로선 알릴 게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스폰서 기업이 등장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한 여성 피겨 지도자는 “김연아의 활약으로 피겨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늘어난 건 다행”이라면서도 “나머지 선수들에게도 동등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 속엔 빙상연맹의 불평등하고도 뒤늦은 지원에 대한 피겨스케이팅 가족들의 불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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