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온 양유성(왼쪽)군이 22일 홍명보 장학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있다. 유성군은 얼굴이 공개되는 것을 꺼렸다. 몽골에서 온 임절버(오른쪽)군이 장학금 수여식에 온 황선홍 전남 코치와 기념촬영을 했다. 임절버군은 축구선수 중 황 코치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홍명보 장학생’ 양유성·임절버군
15살 양유성(동대부중 2년)은 5년전 혼자가 됐다. 아빠는 7살때 돌아가셨다. 엄마는 10살에 헤어졌다. 북한에서 탈출해 중국에서 같이 살던 엄마는 붙잡혀 북송됐다. 조선족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도움을 받던 유성이는 단 한명의 가족과 친지들의 보호 없이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한국땅을 밟았다. 그는 생사가 오갔던 그 시간들을 더이상 떠올리려 하지 않았다. 단지, “엄마를 볼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엄마가 자신을 기억할 수 있게 한국에서 이름도 바꾸지 않았다. 그는 그리움을 잊기위해 초등학교 5학년 말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거기있을 때도 축구를 좋아했거든요.” 한 탈북자의 보호를 받고 있는 유성이는 동대부중 숙소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축구화 등 용품도 학교의 지원을 받아왔다. 키가 1m82로 축구부 중 가장 큰 유성이의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 지난 11월 서울시협회장기 중등부 1·2학년 대회에서 팀에 우승을 안겼다. 6경기에 나와 4골이나 넣었다. 보호자격인 탈북자는 “유성이가 유명한 축구선수가 돼 엄마를 만나고 싶어한다”고 했다. 탈북자 유성이 “유명해져 엄마 만나고파”
몽골 혼혈 절버 “친구 없어 공만 찼어요”
5기 장학생 선발…고교 졸업까지 후원 받아 16살 임절버(문래중 3년)는 몽골 엄마와 한국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다. ‘절버’는 몽골에서 쓰던 이름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에 왔는데,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때 두살 어린 동생하고 그냥 공을 찼어요. 공이요? 애들한테 빌리거나 동네에 버려진 공으로 찼죠.” 중학교 1학년부터 뒤늦게 축구를 시작한 절버는 어느새 주전으로 성장했다.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 “밤에도 훈련하고, 비가 오는 날에도 혼자 훈련하고…. 굉장히 열심히 연습했어요.” 김태인 문래중 감독은 “남들보다 2~3배는 노력한다”고 말했다. 책을 많이 읽는 절버는 한국말도 수준급이다. 가정형편이 넉넉치않아 축구부 회비를 내지못했던 절버는 입학예정인 숭실고에서도 회비를 면제받기로 했다. 두 그루의 축구 꿈나무 유성이와 절버가 만났다. 22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제5회 홍명보장학재단 장학금 수여식. 유성이와 절버는 24명의 수혜자에 속해 100만원의 장학금도 타고,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축구관련 용품도 후원받게 됐다. 홍명보 대표팀 코치는 “축구를 처음 할때의 마음을 잃지않는 것이 장학금 보다 더 소중하다”고 격려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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