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을 벗고 마지막 유니폼을 입은 김세진이 27일 은퇴식을 하자, 삼성화재 동료 신진식 등이 울먹이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공식 은퇴식…‘명예의 전당’에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 김세진(32)은 생각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코트를 밟는구나.’ 며칠전 옥천 고향집에서 봤던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유니폼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이날은 ‘월드스타’ 김세진이 24년 배구생활을 공식적으로 접는 날이었다.
27일 오후 대전 충무체육관. 은퇴식을 위해 김세진은 코트에 섰다. 그와 함께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동료들은 모두 운동복 차림. 김세진만은 말쑥한 정장차림이었다. 강스파이크를 때려내는 ‘배구선수’ 김세진은 이제 ‘건설회사 이사’ 김세진이었다.
김세진의 첫 한마디는 “배구만큼 쉬운 일은 없는 것 같다”였다. 그는 현재 하루에 3시간 밖에 자지 못하면서 건설업 경영수업에 매달리고 있다고 했다. 김세진은 “아직은 배우는 단계라 뭐라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정도 열정이면 나중에 실패해도 아무 미련이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배구인이며 지도자로서는 아니겠지만 언젠가 배구판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삼성화재-엘아이지(LIG)의 경기가 끝난 뒤 많은 팬들 앞에 선 김세진은 동료들의 꽃다발을 받으면서 기어이 눈물을 훔쳤다. 김세진은 이날 삼성화재가 배구 팀 사상 처음으로 만든 ‘명예의 전당’에 첫번째로 헌액됐다. 대전/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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