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순위
프로농구 중위권 4팀 물고 물리는 천적관계
승부의 세계에서는 먹이사슬이 존재하기 마련. 그러나 이번 시즌 프로농구에서 중위권 네팀간 물고 물리는 천적관계는 마치 동물의 세계처럼 뚜렷하다.
3위를 달리고 있는 창원 엘지(LG)는 8위팀 서울 에스케이(SK)에 막혀 전 구단 상대 승리를 미루고 있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를 포함해 5연패. 14일 4라운드 경기에서도 마지막 1분4초를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었다. 엘지 외국인 선수 퍼비스 파스코가 에스케이 키부 스튜어트만 만나면 이상하게 힘을 쓰지 못하는 게 큰 이유다.
그러나 에스케이는 5위 대구 오리온스만 만나면 ‘고양이 앞의 쥐’ 신세다. 지난 9일 경기에서도 종료 직전 자유투 실패로 다잡은 승리를 또 내줬다. 2연승 상승세를 탔던 에스케이 선수들은 경기 뒤 지긋지긋한 오리온스 징크스에 고개를 저었다. 지난해 2월4일 이후 1년 가까이 무려 7연패. 전문가들은 포인트가드 임재현이 오리온스 김승현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한데서 원인을 찾고 있다.
오리온스라고 천하무적은 아니다. 4위 서울 삼성 앞에 서면 처지가 뒤바뀐다. 지난해 2월19일 이후 11개월 동안 6연패를 당했다. 삼성은 ‘전자업계 맞수’ 엘지에 이번 시즌 네번 만나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엘지 현주엽이 서장훈만 만나면 펄펄 날았기 때문.
이상윤 〈엑스포츠〉(Xports) 해설위원은 “천적관계는 상대를 수비하는(매치업) 두팀 선수간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계속 이기는 팀은 자신감이 생기고, 지는 팀은 패배감에 젖기 때문에 천적관계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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