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도 찌는 듯한 무더위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테니스 요정’ 마리야 샤라포바(20·러시아·세계순위 2위)가 시즌 첫 그랜드슬램대회 1회전을 힘겹게 통과했다. 샤라포바는 16일 멜버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여자단식 1회전에서 세계순위 61위 카밀레 핀(프랑스)을 맞아 3세트 접전 끝에 2-1(6:3/4:6/9:7)로 간신히 이겼다. 샤라포바는 자칫하면 1979년 버지니아 루지치 이후 처음으로 호주오픈에서 톱시드를 받고도 1회전에서 탈락하는 불명예를 안을 뻔 했다.
폭염과 위경련이 문제였다. 이날 멜버른은 화씨 97도(섭씨 36도)까지 치솟았다. 경기장의 온도는 화씨 100도(섭씨 38도)를 웃돌았다. 때문에 샤라포바와 핀은 ‘폭염 때의 대회규정’에 따라 2세트를 마치고 5분 동안의 휴식을 갖기도 했다.
경기시간이 길어질수록 힘겨워하던 샤라포바는 잠시의 휴식으로 기운을 차리며 3세트를 5-0으로 여유있게 앞서 나갔다. 하지만 핀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내리 5게임을 따내면서 5-5, 타이를 만들었다. 핀의 반격에 샤라포바는 압박감에 급기야 위경련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요정의 편이었다. 6-7로 패전위기에 몰린 14번째 게임에서 핀의 연속 서브실패로 회생의 기회를 얻은 샤라포바는 이후 2게임을 내리 승리하면서 2시간51분(3세트만 1시간23분)의 기나긴 승부를 매조지했다. 샤라포바는 경기 뒤 “내 생애 가장 힘든 경기 중 하나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한편, 이형택(31·삼성증권·49위)은 이날 체코의 강호 토마스 베르디흐(13위)와 남자단식 1회전에서 0-3(1:6/2:6/2:6)으로 완패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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