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재소자 복서의 ‘주먹이 운다’

등록 2007-01-25 14:33

천안 충의대 송일규(가명·왼쪽)가 24일 부천대학교 한길체육관 특설링에서 열린 34회 프로복싱 신인왕전 슈퍼페더급(58㎏급) 예선전에서 원광대 서문철을 몰아붙이고 있다. 송일규가 2회 케이오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부천/장철규 기자 <A href="mailto:chang21@hani.co.kr">chang21@hani.co.kr</A>
천안 충의대 송일규(가명·왼쪽)가 24일 부천대학교 한길체육관 특설링에서 열린 34회 프로복싱 신인왕전 슈퍼페더급(58㎏급) 예선전에서 원광대 서문철을 몰아붙이고 있다. 송일규가 2회 케이오로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부천/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중학교 때 ‘일진회’…술김에 죄짓고 5년형
“권투로 날 되돌아보자”…맞으며 눈물 펑펑
복싱 신인왕전 1회전 통과…꿈 향해 성큼
왼손 어퍼컷이 배를 제대로 맞혔다. 상대가 휘청거렸다. “더 밀어붙여!” 숨을 헉헉 대는 상대의 얼굴에 왼손 레프트훅이 들어갔다. 2회 1분54초. 상대는 ‘10’을 셀 동안 다시 맞설 의지를 보이지 못했다.

그의 프로 데뷔전은 그렇게 케이오(KO) 승리로 끝났다. “이젠 부모님의 얼굴에 웃음을 드리고 싶었거든요.” 아들의 생각은 그랬지만, 아버지는 경기 내내 눈물을 글썽였다. 엄마는 사각의 링을 보지 못한 채 밖에서 서성였다.

24일 부천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제34회 프로복싱 신인왕전 슈퍼페더급(58㎏급) 예선전. 송일규(가명·천안 충의대)는 아버지 품으로 들어갔다. “고맙다. 아들아.” “뭘요.” 만남은 길지 못했다. 아들은 교도관과 같이 다시 천안소년교도소로 돌아가야했다.

한때 그의 주먹은 통제하기가 힘들었다. 중학교 시절엔 주먹을 휘두르는 ‘일진회’ 멤버였다. 후배들을 때려 중학교 졸업을 코앞에 두고 소년원에 들어갔다. 4개월여만에 나왔지만, 술을 먹고 우발적으로 더 큰 죄를 지어 5년형을 선고받았다. 창살에 갇힌 지 3년6개월이 됐다.

“미결수로 있을 때 복싱을 하는 재소자 기사를 봤어요. ‘나도 복싱을 해보자. 그러면서 나를 되돌아보고 시험해보자’고 생각했죠.” 2004년 초 글러브를 낀 그는 스파링을 하면서 엄청 맞았다고 한다. “그렇게 맞고 났더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맘 고생이 심했던 부모님도 떠오르고, 옛날 일도 후회되고, 친구들과 좋았던 추억도 스쳐가고….”

68㎏이 나갔던 몸무게를 10㎏이나 뺄 정도로 운동했다. 재소자 복서를 여럿 길러낸 최한기 감독은 “3분을 뛰고 1분을 쉬는 권투의 규칙 속에서 많은 걸 느끼게 될겁니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한 그는 높은 담벼락 안에서 백석문화대 사회복지학과 졸업장도 따냈다.

“이젠 하나하나 밟아가려고요. 세계챔피언이 되고 싶어요. 그 전에 부모님이 보시는 앞에서 신인왕전 트로피를 타야죠. 우리 엄마 저 때문에 많이 우셨거든요.”

한 고비를 넘긴 그는 두번만 더 이기면 신인왕이 된다. 아들의 땀을 잔뜩 구겨진 손수건으로 닦아주던 아버지가 등을 두드리며 얘기한다. “괜찮니? 잘했다. 지금처럼 하면 된다.” 부천/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