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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격투사 임수정, 다이어트 하려다 챔프 먹다

등록 2007-01-25 18:04수정 2007-01-25 23:41

다이어트 삼아 시작했는데 국내 최정상의 여자 싸움꾼이 됐다. 한국 무에타이 밴텀급 챔피언 임수정이 서울 삼산이글체육관에서 발차기 동작을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다이어트 삼아 시작했는데 국내 최정상의 여자 싸움꾼이 됐다. 한국 무에타이 밴텀급 챔피언 임수정이 서울 삼산이글체육관에서 발차기 동작을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만나 봅시다] “불량배를 만나면요? 도망가는 게 최고예요.”

이종격투기 챔피언치고는 의외의 대답이다. 갸우뚱했더니, “나도 겁많은 사람”이란다. 첫 스파링을 하기 전까지 “주먹질을 어떻게 해요~”하던 수준이었다. 그랬던 그가 바뀌었다. 한국 무에타이 밴텀급 챔피언이자 체육관 트레이너. 이종격투기 판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이 되었다.

■‘무에타이, 저거 재밌겠는데’

‘다이어트삼아 한번 해볼까.’ 고교 3학년이던 2003년 1월, 임수정(22·삼산이글체육관)의 파이터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열흘쯤 뒤였나? 관장님이 제대로 한번 배워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때까지 선수가 될 마음은 없었다. 지도자의 길도 있다길래 한번 해보자는 생각은 했다. 물론, 1년 넘게 부모님은 다이어트만 하는 줄 알았단다. “뭔가 이뤄놓고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끝까지 속일 수는 없어, 2004년 7월 첫 경기를 앞두고 아버지께 얘기를 했다. 1주일이 넘게 조르고 또 졸랐다. 소질이 있었는지 첫 경기를 2회 티케이오(TKO)승으로 장식했다. 첫 실전을 앞두고 “긴장보다는 설레였다”고 하니, 타고난 격투사의 피가 몸속 어딘가 흐르고 있나보다.

고3 때 살빼려 무에타이 입문, 이종격투기 초대 챔피언 등극
영화 ‘옹박3’ 촬영하며 유명세 “저 미녀 파이터 아닌데, 히힛”

■ 엄마의 눈물

그는 지난해 11월 이종격투기에 진출해 네오파이터 초대 여성토너먼트 챔피언에 올랐다. 그날 처음으로 부모님을 경기장에 모셨는데 임수정은 지금도 그날을 후회한다. “원래 오빠와 아빠만 오기로 했다가, 방송 촬영 때문에 안 오겠다는 엄마를 부른건데….” 첫 경기 끝나고 보니, 엄마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물어봤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를 하나도 못 보셨대요.” 엄마는 그날 딸의 경기를 지켜보지 못하고 울면서 기도만 했다. 지금도 엄마는 딸만 보면 입버릇처럼 “그래도…, 이제 그만 하지”라고 한다.

■ “저 미녀 아니에요”

지난해 영화(옹박3) 촬영하며 유명세도 타고, ‘미녀 파이터’란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임수정은 “제발 미녀파이터란 얘기는 말아달라”며 두손을 모은다. 그런 기사가 나면 댓글에서 난리가 난다. ‘미녀가 어딨어?’ ‘미남 파이터는 있네’라는 글부터 ‘영화배운 줄 알았는데, 낚였다’는 댓글도 심심찮게 그의 미니홈피에 올라온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도 댓글에 자꾸만 눈이 가요. 하나하나에 상처받으면 안되는데….”

“누굴 때린다는 생각은 안 해요. ‘내가 연습한 기술과 내 몸을 테스트한다’는 생각 뿐.” 훈련한 만큼 몸이 안 따라줄 때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한다지만, “격투기는 내가 가야할 길”이라고 똑 부러지게 말한다. 세계 대회에 나가 최고의 위치까지 오르는 게 선수로서 그의 목표다. 그런 다음 여성 지도자로서 한 획을 긋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고의 자리에서 화려하게 은퇴하는 것도 나쁠 건 없죠.” 임수정은 오는 28일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네오파이트 10’ 대회에서 챔피언의 자격으로 첫 경기를 치른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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