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혜
29일 오전 중국 지린시 베이다후스키장 한켠에서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경기가 열렸다. 날씨는 흐렸고, 눈발도 간간이 날려 시야가 좋지 않았다.
결선 1차 시기 첫 주자로 한국의 강지혜(30)가 나섰다. 150m 거리를 좌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미끄러지던 그는 마지막에 ‘540’(공중 1회전 반)을 시도하다가 넘어졌다. 스노보드를 타고 내려오던 그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점수는 20.0점.
1차 시기 때 최고점수를 받은 이는 ‘720(공중 2회전)’을 성공시킨 일본의 나가시마 시호로 38.5점이었다. 강지혜는 2차 시기에도 ‘360’(공중 1회전)을 시도하다가 휘청했다. 점수(19.60)는 1차 시기보다 낮아서 최종점수가 20.0이 됐다.
시호가 1위(44.2), 또다른 일본선수인 야마오카 소코(41.7)가 2위, 중국의 리우 지아유(38.3)가 3위를 차지했다. 강지혜는 5위(장 신유·31.4)와도 차이가 많이 나는 6위였다. 한국 여자스노보더들이 처음 참가한 국제대회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대표팀 관계자들은 이번 대회 여자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은 아니더라도 4명 모두 본선에 무난히 진출해 메달권에 들 것으로 기대했다. 11명의 참가자들 중 한국 선수가 모두 6위 이하의 성적을 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중국의 힘을 무시한 탓이다.
강지혜는 경기 뒤 “중국은 3년전까지 보드를 타지 않았지만, 이번 아시아경기대회를 개최하면서 3년 전부터 스노보드 선수들을 집중육성했다”며 “여자선수들의 경우, 체조 우슈를 하던 13살 18살 어린 선수들을 모아놓고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쳤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가 단 한푼도 지원하지 않아 순수 자비로만 훈련해온 한국선수들과는 달리, 중국선수들은 국가적인 지원 아래 아시아경기대회를 차근차근 준비해왔던 것이다. 3~4년전만 해도 스노보드를 탄 적이 없는 중국선수들은 이번대회에 모두 4명이 참가해 3명이 결선에 올랐다. 중국과 한국의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강지혜는 “한국이 10년만에 이룬 것을 중국은 3년만에 해낸 것 같다”면서 “우리도 조금이라도 지원이 있었으면 성적이 더 좋았을 것이다. 평창이 2014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하게 되면 이런 부분도 신경써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는 덧붙여 “얼른 귀국해 국내 스노보드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도 했다. 대회마다 100만원씩의 상금이 있어 “우승하면 연습할 수 있는 비용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지린/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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