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혜
한국 여자스노보드 대표팀은 29일 지린시 베이다 레이크스키장에서 열린 겨울아시아경기대회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처음 국제대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메달 획득 꿈이 있었지만, 일본과 중국의 벽은 너무 높았다. 4명의 스노보더들 중 가장 나은 성적(6위)을 기록한 강지혜(31)의 말을 빌려 직접화법으로 그의 ‘첫 무대’를 돌아본다.
눈발이 날린다. 하늘도 뿌옇다. 시야가 좋지 않다. 한국 선수들 중 결선에 오른 선수는 나뿐이다. 4명 모두 결선에 오를 줄 알았는데, 중국이 예상외로 강했다. 1차 시기. 보드가 미끄러져 내려간다. 조직위 쪽에서 마음대로 틀어준 노래는 들리지도 않는다. 그나마 예선 때는 테크노를 틀어주더니, 결선이 되니 힙합음악이 나온다. ‘집중해야 돼.’
눈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느낌으로 탈 뿐이다. 막판에 540(공중 1회전 반)을 노렸지만 실패하고 넘어졌다. 점수는 20.0. 1위 일본 선수(나가시마 시호)의 점수는 38.5였다.
2차 시기에 점수(19.6)는 더 나빠졌다. 가볍게 360(공중 1회전)을 노렸지만 그나마도 힘에 부쳐 두 번이나 넘어졌다. 나라 밖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참가는 처음이라 긴장했는지 실력대로 나오지 않았다.
중국 선수들은 예상외였다. 중국에 스노보드가 보급된 것이 3~4년 전. 하지만 국가가 작심하고 우슈와 체조를 하던 어린아이들을 모아놓고 스파르타식 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결국 중국은 10년이 넘은 한국 스노보드를 3년 만에 따라잡았다. 이번에 참가한 선수들도 500명 중 경쟁해서 추린 것이다. 역시 중국은 인구가 많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대명 비발디파크 소속의 빙질담당원으로 돌아간다. 어쩌면 태극마크를 단 지금이 최고의 순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다. 2월2일부터 국내 스노보드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대회에 참가해 상금을 타야만 훈련비가 생긴다. 그래야 일본으로 전지훈련도 가고, 여름에 호주로 가서 훈련을 이어갈 수 있다. 만일 평창에서 2014년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면, 그때는 더 좋은 실력을 보여줘야 하니까.
난 스노보드가 좋다. 보드에 올라타면 모든 에너지가 응축돼 터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국가 지원이 단 한푼 없어도, 변변한 일자리 없이 자비를 털어 해외전훈을 가야만 하는 상황이라도 나는 스노보드가 좋다. 남들은 720(공중 2회전)을 성공시키는 마당에 360도 제대로 못하고 넘어져서 창피를 당하면 어떠랴. 순간의 엔도르핀은 어떤 것도 비교할 수가 없는데…. 지린/글·사진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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