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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눈 안보여도 희망은 잘 보여요

등록 2007-02-13 17:59

‘오른눈 실명’ 정다운, 경기중 왼눈도 부상
동양타이틀 실패 딛고 “다시 링에 서야죠”
왼손 어퍼컷에 왼쪽눈을 맞았다. 상대 주먹에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그 순간부터 집에 있던 어머니는 텔레비전 중계를 보지 못했다. “갑자기 왼쪽 눈이 안보이더라고요.” 고작 1라운드가 끝난 직후였다. 그렇다고 나머지 한쪽눈을 의지할 수도 없었다. 그는 이미 중학교 3학년 때 오른쪽눈 시력을 잃었다. 한때 2.0까지 갔던 그 눈은 앞에 사물이 있다는 정도만 느낄 뿐이다.

왼쪽눈만으로 링에 올랐는데, 어퍼컷에 왼쪽 안구를 받치는 뼈가 부러져 안구가 함몰됐다. 그걸 아무도 알지 못했다. “진다는 생각을 안했고, 포기할 수도 없었어요.”

3라운드가 지나면서 조금씩 보였고, 9라운드엔 상대를 쓰러지기 직전까지 몰고갔다. 10라운드엔 코뼈까지 부러졌지만, 역시 몰랐던 그는 의사에게 “코피만 막아달라. 싸우겠다”고 했다. 상대는 교묘하게 왼쪽눈을 집중적으로 때렸다. “막판에 거의 보이지 않으니 거리감이 없어 원투 스트레이트를 계속 허용했어요.” 그는 그렇게 12라운드 36분을 끝까지 버텼다. 심판판정은 1-2였다.

9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 특설링에서 열린 세계복싱기구(WBO) 아시아태평양 라이트급 챔피언결정전. 정다운(22·경기광주체육관)은 필리핀의 세자르 아몬소트(22)에게 져 동양타이틀을 놓쳤다. 전적은 10전8승2패(3KO)가 됐다.

정다운을 만난 건 서울 순천향병원 721호였다.(작은 사진) 16일 수술을 앞둔 왼쪽눈은 멍이 든 채 퉁퉁 부어있었다. 현역상병(55사단)인 그는 병문안을 온 중대장의 얼굴도 제대로 식별할 수 없었다. 그래도 복싱을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복싱을 다시 하려고 병원에 왔잖아요”라며 웃었다.

항공전문학교에서 기술을 배우던 그는 2004년 8월에 글러브를 처음 꼈다. 2006년 1월 복싱 신인왕전에서 우승했고, 그해 10월 한국챔피언이 됐다. “한국챔피언이 되려면 5년은 걸리는데, 입문 1년 만에 복싱의 냄새를 맡더군요. 이런 선수 처음 봐요. 머리가 좋고, 지독하게 훈련하죠.”(박윤호 관장)

정다운
정다운
정다운은 “우리 어머니 젊었을 때 참 예쁘셨는데…”라며 링에 선 이유를 얘기했다. “하루도 쉬신 적이 없어요. 누나도 공부 잘했는데, 내 뒷바라지한다고 대학 안가고 일을 나갔죠. 세계챔피언이 돼 어머니를 쉬게 하고 싶어요.” 아버지가 일에 실패해 수천만원의 빚을 홀로 남은 어머니가 떠안았다. 51살인 어머니는 백화점 판매원을 하고 있다. 어머니는 시력측정이 안되는 아들의 오른쪽 눈을 고쳐주고 싶지만, 월셋방에 사는 형편이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동양챔피언 프로모터쪽은 15만원(호텔식사 포함)짜리 표를 300여장 팔았다는데, 정다운에게 대전료를 한푼도 주지 않았다.


“다시 차근차근 준비하려고요. 잘됐죠. 이길 거라 자만했으니까요. (한국선수 중 처음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챔피언이 되고싶어요. 행복해지려고 복싱을 하거든요. 꿈을 위해 가는 게 얼마나 행복해요.”

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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