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이영주 감독과 국민은행 최병식 감독. 둘은 1966년생 동갑으로, 현역시절엔 현대전자에서 한솥밥을 먹은 친구 사이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리그 4강 플레이오프에서 격전을 벌인 이후 둘 사이는 멀어졌다.
이번 시즌 두 감독의 명암은 선두와 5위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22일 팀의 주축 김영옥이 부상으로 도중하차한 게 컸다. 그런데 하필 그 경기 상대가 신한은행이었다. 두 감독의 감정은 더욱 악화될 듯 했다. 하지만 이 감독이 최 감독에게 오랜 만에 전화로 위로하면서 다소나마 앙금을 씻었다.
승부의 세계에서 상대팀 감독은 ‘적의 수장’이다.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 ‘앙숙’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 너무 친해서 오해를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난 9일 창원에서 엘지(LG) 신선우 감독과 케이티앤지(KT&G) 유도훈 감독의 ‘사제대결’이 눈길을 끌었다. 데뷔 뒤 2연패를 당했던 유 감독은 스승을 상대로 첫승을 거뒀다. 그런데 신 감독이 봐줬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4쿼터에서 외국인 선수 1명만으로 경기를 치렀기 때문. 신 감독은 심판판정에 자꾸 항의하는 퍼비스 파스코를 뺐다. 그는 “주의를 줬는데도 말을 듣지 않았다. 한 경기를 버리더라도 확실히 길들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경기 뒤 ‘적장’ 유 감독과 술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초보감독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감독간 친분은 트레이드에서 잘 나타난다.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물가물해진 케이씨씨(KCC) 허재 감독은, 동부 전창진 감독을 트레이드로 측면 지원했다. 용산고 2년 선배이며 티지(TG) 삼보시절 고락을 함께 했던 전 감독이 포인트가드로 골머리를 앓자, 표명일을 내주고 유망주 정훈을 받은 것.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도 최근 현주엽의 부상 공백으로 고민하는 신선우 감독에게 석명준을 현금 트레이드했다. 두 감독은 연세대 동기동창이다. 코트밖에서 벌어지는 ‘적과의 동침’이 흥미롭다.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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