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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외조부모님이 카레이스키

등록 2007-02-13 18:50수정 2007-02-14 15:12

타치야나가 지난 1일 저녁, 서울 강남에서 관광을 즐기다가 거리에서 포즈를 취했다. 작은 사진은 지난달 30일 한-중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치어리더 공연중인 모습.
타치야나가 지난 1일 저녁, 서울 강남에서 관광을 즐기다가 거리에서 포즈를 취했다. 작은 사진은 지난달 30일 한-중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치어리더 공연중인 모습.
중국농구 치어리더 타치야나는 ‘한국계’
군계일학.

말 그대로다. 중국팀 치어리더 10명 가운데 단연 돋보였다. 농구경기 짬짬이 치어리더들의 화려한 공연이 펼쳐졌다. 그 때마다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그에게 집중됐다. 지난달 30일 한-중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는 분명 중국팀 치어리더다. 예단이라는 중국이름도 있다. 하지만 그의 몸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타치야나. 아버지는 러시아 사람이고, 어머니가 한국인이다. 그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일제 강점기 때 러시아로 강제 이주한 카레이스키(고려인)다.

타치야나는 한-중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끝난 뒤 닷새간 한국에 더 머물렀다. 어머니의 고향을 더 느끼고 싶어서다. 그는 연신 “신기하다”고 했다. “너무 즐겁고 좋지만 시간이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1984년 러시아 남부 노보시비르스크에서 태어났다. 우리 나이로 스물넷. 그의 고향은 러시아 혁명 뒤 시베리아 개발에 따라 만들어진, 인구 140만명의 소도시다. 그는 거기서 어렸을 때부터 ‘한국’을 배웠다. 외가에 갈 때마다 어머니한테서 가정 교육을 받았다. “어른 먼저 숟가락을 든 다음에 음식을 먹어라는 등의 얘기였죠.” 한국 음식도 익숙하다. 집에서는 자주 한국식으로 식사를 했다. 김치는 여섯살 때부터 먹었다. 젓가락질도 곧잘한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3년 전에는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 중국 친황다오 옌산대학교에서 어학 공부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엉뚱하게도 학교를 잠시 쉬면서 춤을 추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춤을 좋아했어요. 발레도 했었죠. 그러다가 베이징에서 아르바이트로 재즈댄스와 에어로빅 등을 가르쳤어요.”

그의 춤 실력은 중국에서 ‘에어로빅 스타’로 유명한 한국인 조수진(33)씨의 눈에 띄었다. 불과 3개월 전 일이다. 조씨는 중국농구협회(CBA)에 소속된 치어리더 단장이다. 이번 한-중 올스타전을 앞두고 단원 70명 가운데 10명을 선발했고, 그 중에 타치야나도 뽑혔다.

그는 러시아어와 중국어, 영어까지 3개 국어를 구사한다. 그런데 한국말을 못하는 게 늘 아쉽다. 그는 “기회가 되면 한국어를 배워 한국에 대해 많이 알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은 중국어를 마저 배워야 한다. 앞으로 3년 정도 더 중국에 머물 예정이다.


타치야나는 이번 설이 무척 설렌다. 오는 12일부터 한달간 러시아 집에 다녀올 예정이다. “집에 가서 외할아버니, 외할머니와 어머니에게 한국에 갔던 얘기를 늘어놓을 생각이예요.”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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