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서장훈(33·서울 삼성)과 김승현(29·대구 오리온스)은 한국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스타다. 서장훈은 프로통산 최초로 8천득점을 넘어섰고, 김승현은 2001~2002 시즌 전무후무하게 신인왕과 최우수선수(MVP)상을 동시 석권했다.
네살 터울인 둘은 개인적으로도 친한 사이다. 그런데 둘 사이엔 한국프로농구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차이’가 존재한다. 어느 농구인의 얘기. “둘이 거리에 나가면 장훈이는 사람들이 백이면 백, 다 알아본다. 그런데 승현이를 못 알아보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다.”
93학번인 서장훈은 ‘마지막 승부’ 세대다. 1994년초 방영된 드라마 ‘마지막 승부’는 농구붐을 타고 만들어졌다. 드라마가 방영된 두달 동안 농구붐은 더욱 엄청나게 일었다. 당시 문경은 이상민 김훈 우지원 서장훈은 연세대 ‘독수리 5형제’로 불렸고, 경기가 열릴 때면 체육관이 무너질 듯 인산인해를 이뤘다.
농구대잔치 인기는 1997년 프로농구 출범으로 이어졌다. 특히 1997~98 시즌 현대와 기아의 챔피언결정전은 드라마 제목처럼 7차전 ‘마지막 승부’에서 결판이 났다. 두팀은 ‘이성균’(현대 이상민-조성원-추승균)과 ‘허동만’(기아 허재-강동희-김영만)으로 불리는 스타들로 넘쳐났다.
김승현과 김주성은 2001년과 2002년 나란히 프로에 뛰어들어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90년대 선배들의 인기만 못하다. 올해는 양동근이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대중적 인기까지는 못얻고 있다. 2000년대 프로농구는 흥행요소가 없다. 스타도 없고, ‘맞수’도 사라졌다. 과거 농구대잔치 때는 현대-삼성이나 프로농구 초창기 현대-기아같은 라이벌이 있었다.
3월1일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다. 프로농구 스타가 총출동하지만 올스타 팬 투표에선 이상민이 6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이상민은 이번 시즌 부상 때문에 뚜렷한 활약도 없었다. 팀도 최하위다. 그런데도 한국프로농구는 아직도 ‘이상민’이다. 걸출한 스타없는 프로농구가 씁쓸하다.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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