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LIG 제공
전성기 때 감독과 불화로 내리막길
이적 뒤 상대 데이터 분석하며 펄펄
이적 뒤 상대 데이터 분석하며 펄펄
‘가로막기왕’ 예약 LIG 방신봉 /
한국 나이 33살. 스포츠 선수가 뭔가를 이루기에는 늦은 나이 같다. 하지만 이 남자, 33살에 코트 위의 최고 거미손으로 다시 섰다. 2006~2007 V-리그에서 세트당 평균 1.13개의 가로막기로 이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방신봉(LIG·사진)이 그다. 지난 시즌 가로막기 1위이기도 했던 2위 이선규(0.89개·현대캐피탈)와는 꽤 차이가 있어, 6라운드를 남겨놓고 있지만 1위는 거의 맡아놨다.
‘원조 거미손’으로 명성을 날렸던 방신봉이 마지막으로 가로막기 1위를 기록한 것은 2002년 V-투어 때다. 배구선수로 한참 물 올라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2003년 고 송만덕 전 현대캐피탈 감독과 불화를 겪으면서 배구인생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송 감독은 뚜렷한 이유없이 “너 그만 나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퇴출위기에 몰린 방신봉은 5~6개월 동안 배구를 쉬면서 택시면허도 땄고, 컴퓨터 학원에도 다녔다. 만약을 대비해 뭔가를 해야만 했다.
김호철 감독으로 바뀌면서 2004년 꿈에 그리던 코트 위에 다시 섰지만, 이선규 윤봉우 등 젊은피들에게 밀리면서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결국 2005년 8월 신영철 엘아이지 감독의 강력한 러브콜로 현금 트레이드됐다.
2005~2006 시즌에는 “새 팀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 가로막기수가 세트당 평균 0.55개(부문 8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독기 품고 달려들어” 세트당 가로막기수를 지난 시즌 두배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 전성기 못지 않은 가로막기 실력이다.
방신봉은 “지난 여름에 다른 선수들이 한시간 하면 나는 두시간을 훈련하면서 땀을 많이 흘렸다”며 “다른 팀 공격수들에 대한 데이터를 평소 노트에 적어뒀는데 그게 참고가 많이 된다. 순간적으로 가로막기를 할 때도 있지만 상대팀 선수의 공격패턴을 알고 미리 움직일 때가 많다”고 회춘이유를 설명했다. 제일 막기 힘든 선수는 보비(대한항공)로, “끌어 때리는 테크닉이 좋아가로막아도 비켜갈 때가 많다”고 한다.
방신봉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로 몇년 동안 헤맸지만 지금은 감이 확실히 왔다. 내년 시즌까지 가로막기 1위를 노려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20대 후반에 엉켰던 실타래를 풀고 30대에 거미손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는 방신봉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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