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학교 스포츠과학과 학생들이 지난 2일 학교 옛 정문 앞에서 선배들의 강요에 의해 팬티만 입고 서 있다. 비가 내려 행인들은 우산을 쓴 채 구경하고 있다.
전북대 경희대 르포
일부 교수 “우린 떳떳”
일부 교수 “우린 떳떳”
“남자 애들은 팬티 차림이 됐고, 여자 애들은 면티와 바지만 남겨놓고 외투 등을 모두 벗었어요. 결국 스포츠과학과 신입생들은 모두 거의 옷을 벗은 채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것도 옛 정문 앞 큰길에서. 쪽팔리고 싫지만 웃을 수밖에 없어요. 선배들 앞에서 인상 쓰면 죽어요.”(전북대 ○○○ 학생)
“오리엔테이션 가는 버스 안에서 계속 노래를 시켰어요. 밥 먹기 전에도 반드시 줄을 서서 노래를 부르고, 목소리가 크고 노래를 잘 부르는 조부터 밥을 먹어요. 둘쨋날 새벽 2시, 갑자기 깨우더니 ‘여자 동기 좀 챙겨라’ ‘동기는 하나다’란 이유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시키는데 그 이유와 이 동작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어요.”(경희대 ○○○ 학생)
지난해 3월9일치 <한겨레>가 ‘체육대학은 아직도 병영’이라는 기사로 대학사회 폭력적인 현장을 고발한 지 1년. 그러나 대한민국 체육대학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과거 신병훈련소 경험담 같은 살벌한 이야기는 무섭기조차 하다.
“신고한 놈, 누구야? 빨리 안 나와!” 이상종 전북대 스포츠과학과 교수와 실태를 확인하려고 통화를 했던 6일, 스포츠과학과 1~3학년들은 4학년 선배에게 몽둥이질을 당했다고 한다. 이 학과 ○○씨는 “남녀 구분 없이 4학년들이 후배들을 엎드리게 해놓고 나무 몽둥이로 한두 대씩 때렸다”고 전했다.
같은날 이 대학 체육관. 아침 7시30분이 되자 스포츠과학과와 체육교육과 학생들이 모여든다. 선배가 쿡 찌르면 자연스레 이름이 터져 나온다. “단결! 전주 ○○고 출신, 특기 복싱, 김○○.” 이어 앉았다 일어나기, 머리박기, 귀 잡고 엎드려뻗치기 등 얼차려가 두 시간 넘게 진행된다. 4학년이 1~3학년에게 얼차려를 주고, 그 다음 3학년이 1~2학년, 마지막으로 2학년이 1학년들을 ‘굴리는’ 것이다. 체육관 들머리에 망을 보는 학생도 세웠다.
지난 2월 23~26일 충북 제천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체육학·태권도학·골프경영학·스포츠지도학·스포츠의학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현장. 오리엔테이션 사흘째인 25일 점심, 본관 건물과 100m 남짓 떨어진 주차장에서 학생들의 노랫소리가 마치 군가처럼 쩌렁쩌렁 울린다. 점심을 먹기 전 식당 앞에서 좌우로 줄을 맞춰 ‘체가’라 불리는 체육대학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오후 ‘원플러스원-모두 하나되는 시간’ 프로그램은 본격적인 군기잡기가 시작된다. 줄을 맞춰 팔벌려 뛰기를 시키더니, 단상에 선 선배 지시에 따라 선착순 달리기, 팔굽혀 펴기 등 얼차려로 발전한다. 수련관 입구와 근처 등산로 입구에는 혹시 카메라에 찍히지 않을까 2·3학년 ‘감시생’들이 배치된다. 수십명의 학생들이 50m 가까운 길이로 단체로 엎드려뻗쳐를 하는 모습을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신기한 듯 바라본다.
현장에서 만난 윤우상 경희대 체육대학장은 “우린 전혀 꺼릴 게 없다. 떳떳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떳떳함과는 상관없이 체대 새내기들은 대학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신체적·정신적 구속을 경험한다. 그런데도 윤 학장은 “그만하면 성공적인 오티였다. 내가 체대를 이끄는 한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제천 전주/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지난 2일 전북대 옛 정문 앞.
지난 2월25일 경희대학교 체육대학 2007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충북 제천시 청소년수련관. 선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입생들이 줄을 맞춰 서 있다. 일부는 얼차려를 받는 중이다. 제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지난 6일 아침 전북 전주시 전북대학교 체육관 안에서 스포츠과학과 학생들이 선배들 지시에 따라 어깨동무를 한 채 바닥에 머리박기를 하고 있다. 전주/강창광 기자chang@hani.co.kr
지난 2일 전북대 옛 정문 앞에서 벌어진 이 학교 스포츠과학과 학생들의 모습. 차량들이 지나는 대로 앞에서 행인들이 구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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