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선수들이 지난 10일 국민은행을 누르고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정규리그 첫 우승했지만 챔피언전 제패 의지 다져
축포가 터졌다. ‘정규리그 우승’ 펼침막이 천정에서 내려왔다. 이영주 감독은 잠시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아직 이르다”며 헹가래를 받지않았다. 고기 회식이 이어졌다. 신상훈 은행장은 그 자리에서 소주를 몇잔 돌리며 좋아했지만, 샴페인을 터뜨리지는 않았다. 맏언니 전주원은 “농구인생에 정규리그 우승은 처음이지만, 오늘 기억은 짧게 하겠다”고 했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말도 했다.
안산 신한은행이 2007 여자프로농구 겨울리그 우승을 조기에 확정짓던 10일.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인데도, 신한은행은 잔뜩 들뜬 잔칫집이 아니었다. 역대 최고 승률과 챔피언결정전 우승 과제가 남아서다. 현재 16승1패인 신한은행은 정규리그 남은 3경기를 모두 잡아 ‘꿈의 9할’ 승률로, 삼성생명이 1998 여름리그에 세운 87.5%의 승률 기록을 갈아치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여기에 은행장은 “(5전3선승제) 챔피언결정전에서 1, 2, 3차전 연속으로 이겨 트로피를 들어달라”는 부탁을 넌지시 했다. 챔피언전 3차전이 열리는 4월2일이 신한과 조흥은행의 통합 1주년 기념식이 열리기 때문이다. 농구 우승으로 1주년 분위기를 한껏 띄워달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다른 팀 감독들은 “아주 시나리오를 쓰라”며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영주 감독은 1년에 2개월여 밖에 가지못한다는 집에 또 가지않았다. 그는 “팀 숙소에 와서 경기 비디오 보고, 내 방 위층에 선수들이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그는 “제 아무리 전주원이어도 코트에서 잘못하면 심하게 다그친다. 아직 경기가 끝난 게 아니다”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외국인 선수 맥 윌리엄스는 다른 팀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팀 중 누가 걱정되냐고? 그들이 우리를 걱정해야할 것이다.”
안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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