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미
올시즌 ‘천적’ 흥국생명에 6전 전패
한유미 앞세워 챔프전서 설욕 다짐
한유미 앞세워 챔프전서 설욕 다짐
천적(목숨앗이). 잡아먹는 동물을 잡아먹히는 동물에 상대해 이르는 말이다. 천적을 만나면 아등바등해봐도 소용이 없다. 여자프로배구에서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을 만나면 꼭 그랬다.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흥국생명과 6차례 만나 모두 졌다. 2005~2006 시즌(컵대회 제외)까지 합하면 겨울리그에서 9차례 연속 무릎을 꿇었다. 지난 시즌에도 한번(1승6패)밖에 못 이겼다.
현대건설이 이길 뻔 했던 적도 물론 있었다. 흥국생명 주포 김연경이 1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아 나오지 못했던 2월24일 5라운드 경기였다. 당시 현대건설은 1·2세트를 여유롭게 이기고도, 이후 한 세트를 따내지 못해 역전패하고 말았다.
현대건설의 움추림은 기록에서도 잘 드러난다. 현대건설의 이번 시즌 공격성공률은 32.26%. 하지만 흥국생명만 만나면 공격성공률이 29.10%로 뚝 떨어졌다. 주특기라 할 수 있는 가로막기도 세트당 2.061개에서 1.478개로 확 줄었다. 리시브 성공률도 49.75%에서 37.18%밖에 안됐다.
홍성진 현대건설 감독은 “시즌 초반 박선미 등이 부상으로 빠져 흥국생명과 대등한 경기를 하면서도 밀리는 감이 없지 않았다”면서 “챔프전은 단기전이기 때문에 정규리그 때와는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즌 3위팀 현대건설은 지난 주말 시즌 2위팀 도로공사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전 전승을 거둔 뒤, 매일 흥국생명 경기비디오를 보면서 분석에 나섰다. 홍 감독 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이번에는 이겨보자”며 각오가 대단하다.
홍 감독은 챔프전에 대해 “우선 서브리시브가 잘 돼야만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라이트 박선미의 키(1m77)가 작은데, 신장이 있는 흥국생명 레프트 김연경(1m89) 윌킨스(1m93)와 맞서게 되다 보니 시즌 중에는 라이트 공격이 거의 없었다”면서 “챔프전 때는 몸상태가 좋은 레프트 한유미(1m79·사진)를 라이트로 기용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라며 전술변화를 예고했다. 현대건설은 이미 6라운드 때 한유미를 라이트로 시험가동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지난해 9월 양산컵대회에서 우승을 맛봤던 현대건설. 과연 챔프전 무대에서 다시 우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까. 5전3선승제의 챔프전 첫 경기는 24일(오후 4시30분)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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