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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35년 우정의 얄궂은 운명

등록 2007-03-20 18:43수정 2007-03-20 19:27

김동훈 기자
김동훈 기자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둘은 코흘리개 시절에 처음 만났다. 서울 상명초등학교 3학년이던 1972년이었다. 유재학(44) 울산 모비스 감독은 전창진(44) 원주 동부 감독을 처음 본 순간을,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커서 형인 줄 알았다”고 회고했다. 전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무척 영리했던 친구”라고 추억했다.

당시 유 감독은 “농구부에 들어가게 해 달라”며 운동장 농구코트에서 혼자 시위 중이었다. 반면, 또래 중 가장 키가 컸던 전 감독은 이듬해 봄, 월요조회시간에 운동장에 줄을 서 있다가 농구부에 발탁됐다. 이어 유 감독도 “반에서 10등 안에 못들면 농구를 그만둔다”고 부모님과 약속하고 농구부에 들어갔다. 둘은 인근 용산중학교에 함께 진학해 3년간 팀을 전승(39연승)으로 이끌었다.

결코 떨어질 것 같지 않던 둘은 고교 때부터 줄곧 라이벌팀으로 엇갈렸다. 전 감독은 용산고-고려대-삼성전자, 유 감독은 경복고-연세대-기아자동차에 몸담았다. 실력은 여전했다. 전 감독이 1986년 코리안리그 신인상을 받자, 유 감독은 1988~89 농구대잔치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그러나 둘은 약속이나 한듯 무릎(유재학)과 발목(전창진) 부상으로 20대 중반의 한창 나이에 은퇴했다.

지도자로서의 첫발은 대조적이었다. 전 감독은 밑바닥(삼성전자 주무)부터 10여년을 다져 2002년 프로팀 감독이 됐다. 유 감독은 연세대 코치로 순탄하게 시작해 1998년 프로 최연소 감독이 됐다. 그러나 프로에선 전 감독이 사령탑을 맡자마자 세 시즌 연속 팀을 챔피언전에 진출시켰고, 두차례나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반면, 유 감독은 한번도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는 유 감독이 정규리그 2연패로 탄탄대로인 반면, 전 감독은 6강 진출의 갈림길에서 한숨 짓고 있다. 그래도 둘의 우정엔 변함이 없다. 유 감독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전 감독에게 “효험이 있다”며 손끝에 붙이는 약을 주기도 했다. 전 감독은 이런 유 감독에게 “올해는 꼭 챔피언이 되라”고 격려했다.

둘은 22일 울산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사정은 전 감독이 훨씬 절박하지만, 유 감독도 이날 승리하면 홈경기 최다승 신기록(23승)을 세운다. 바로 4년 전 전 감독이 세운 기록이다. 35년 우정 앞에 양보할 수 없는 승부가 얄궂기만 하다.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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