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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너무 일찍 가버린 ‘비운의 광속구’

등록 2007-03-22 21:37

박동희씨
박동희씨
박동희씨, 서른 아홉에 교통사고로 숨져
90년대 초 강속구로 이름
짧은 전성기 뒤 내리막길
승용차로 버스승강장 충돌

‘박동희’. 1990년대 초 그가 부산 사직구장에 서서 던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부산·경남팬들은 생각했다. ‘우리 동네에도 선동열 같은 놈이 하나 나왔다’고. 그는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곧잘 던졌고, 마음만 먹으면 최고 155㎞ 강속구까지 포수 미트에 꽂았다. 부산·경남팬들은 그의 투구 하나에 웃었고, 울었다. 하지만 아마추어시절 때의 많은 등판 탓인지, 팔꿈치에 이상이 오면서 그의 프로 전성기는 아주 짧았다. 때문에 늘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비운의 투수’였다.

아마추어 때의 화려한 명성을 잇지 못하고 프로데뷔 3년차 때부터 하향세를 걸었던 박동희씨가 불혹의 나이(1968년생)로 삶을 마감했다. 박씨는 22일 오전 3시15분께 부산 남구 광안동 탑마트 앞 왕복 4차선 도로에서 자신의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몰고 수영구청 방면으로 달리다가 길 옆 버스승강장 기둥을 들이받고 가슴 등을 다쳐 현장에서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승용차에는 박씨 혼자 있었으며, 이 사고로 버스승강장이 일부 부서진 것 외에 다른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사고장소가 직선도로인 점을 감안해 음주운전 여부 등의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숨진 박씨는 부산고 시절부터 150㎞가 넘는 강속구를 뽐내면서, 1985년 봉황대기에서는 5경기에 등판해 사상 초유의 평균자책점 0의 기록을 남겼다. 고려대 진학 후에도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했으며,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프로데뷔도 화려했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 그는 1990년 4월11일 대구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스를 상대로 구원등판해 4이닝 동안 던지면서 솔로홈런을 얻어맞기는 했지만 삼진을 10개나 잡아냈다. 데뷔 첫해 성적은 10승7패7세이브 방어율 3.04. 1992년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와의 한국시리즈서는 3경기에 등판해 2승1패를 거두며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혔다.

하지만 박씨는 이후 팔꿈치 부상 후유증으로 내리막길을 걸었고, 1997년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뒤 재기를 노렸으나 2001년까지 5년 동안 단 7승(14패)밖에 못 올리면서 2001년 7월25일 웨이버 공시됐다. 현역은퇴 뒤 박씨는 지도자 변신을 노렸으나 여의치가 않아 부산에서 지금껏 식당을 경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했던 10대 때와 환희와 절망이 교차했던 20대, 그리고 좌절만 맛봤던 30대…. 파란만장했던 박씨의 삶은 너무나도 짧았다. 박씨의 빈소는 부산 수영구 광안동 좋은강안병원에 마련됐다.


연합뉴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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