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52) 현대캐피탈 감독
매번 다른 전략으로 승부
챔프전서 허 찌르기 적중
챔프전서 허 찌르기 적중
V리그 2연패 일군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 /
김호철(52) 현대캐피탈 감독은 화끈하다. “재활 중인 레프트 장영기를 챔프전에 뛰게 할 것이냐”고 물으면, “시즌 내내 쉬었으니 마지막에 밥값은 하라고 하겠다”고 대답하는 식이다. 경기장에서는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를 않는다. 지나칠 정도로 온갖 동작을 해대며 선수들을 자극한다.
이런 ‘몸짓 대화’는 선수들에게만 하는게 아니다. 주심에게 엄지를 들어보이기도 하고, 때론 부심의 엉덩이를 장난스레 두들기기도 한다. 다혈질인 탓에 경기 중에도 선수들에게 거침없이 큰소리를 질러댄다. “거친 소리를 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그만큼 정이 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 김 감독은 경기 중 상의를 벗기도 하는데, 단단히 화가 났다고 보면 틀림없다.
그러나 그의 몸짓이 그의 전부는 아니다. 머리 속에는 ‘여우’ 한두마리가 들어가 앉아 있는게 아니다. 대한항공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서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2세트 시간끌기에 이어 3세트에는 선수 로테이션 오더 변화로 대한항공을 곤혹스럽게 했다. 삼성화재와의 챔프전서는 정규리그·플레이오프 때와는 전혀 다른 패턴의 공격(중앙에서 시간차 속공 위주의 공격)을 주문해 상대의 허를 찔렀다. “정규리그 때와 똑같은 배구를 해서는 삼성화재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김 감독의 승부수는 결국 적중했고, 예상을 깬 3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2006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중국전 때도 오더 싸움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일궈냈다.
그의 최대 장점은 ‘열린 사고’다. 도메니코 라사로(이탈리아) 데이터 분석관과 체력 전문 트레이너 안드레이아 도토(이탈리아)에 대해 철저한 신임을 보이며 그들의 영역을 침범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는 우승을 하고서 한가지 고백을 했다. “시즌 중에 몸이 너무 안좋아서 병원에 갔더니 혈당수치가 360이라고 하더라. 어쩔 때는 경기 중에 작전타임 불러야 할 때를 놓치기도 하고 암튼 제 정신이 아니었다. 몰래 2주 동안 병원도 다녔고 이후에 약을 먹으니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다.” 지난 시즌부터 대표팀 감독을 맡아 여러 국제대회를 뛰고, 국내대회까지 소화했으니, 탈이 날 만도 했다. “구단이 허락만 한다면, 한-일 톱매치(4월21일~22일)를 끝낸 뒤 아내와 여행을 다니면서 쉬고 싶다.” 대한배구협회가 끈질기게 대표팀 감독직 수락을 요구하고 있어 그의 쉬고 싶은 작은 소망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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