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왼쪽)이 지난 25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07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그랜트 해킷의 축하를 받고 있다. 멜버른/AFP 연합
자유형 1500m 31일 예선 1일 결승…‘정상서 내리막길’ 해킷 출전 불투명
그랜트 해킷(27·오스트레일리아)이 국제무대 첫선을 보인 건 1997년이었다. 그해 6월에 열린 범태평양수영대회에서 17살의 ‘소년’ 해킷은 남자 자유형 400m·800m·1500m를 모두 우승하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로부터 10년. 자유형 1500m는 해킷을 위해, 해킷에 의해 존재해왔다. 세계선수권 4회 연속 우승, 2000년 시드니와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해킷은 1500m의 절대강자였다.
■ 해킷의 시대가 저문다
2001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세계기록(1분34초56) 달성을 정점으로 해킷의 시대도 천천히 끝을 향하고 있다. 2005년 어깨수술은 내리막 속도를 더욱 부채질했다. 해킷은 지난 25일 자유형 400m에선 박태환(18·경기고3)에 밀려 2위를 차지했고, 28일 자유형 800m에선 자신의 최고기록이자 세계기록(7분38초65)보다 17초나 뒤진 기록(7분55초39)으로 7위에 그쳤다. 현재 해킷의 1500m 출전여부는 알 수 없다. 해킷은 30일 대회 홈페이지를 통해 “정신적·육체적으로 혼란에 빠져있다”며 “경기출전은 31일 아침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우상’의 빈자리를 꿰찰까?
“해킷은 나의 우상이자 라이벌”이라고 밝혀왔던 박태환에겐 생각보다 일찍 기회가 찾아왔다. 박태환은 27일 자유형 200m 결승 이후, 1500m 장거리 레이스에 대비해 힘을 비축하고 있다. 동시에 무뎌진 거리감각을 익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당초 예선 5조에서 함께 뛸 예정이었던 해킷의 출전이 불투명해져 자력으로 페이스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박태환의 경쟁자는 해킷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최고기록(14분51초93) 보유자인 러시아의 유리 프릴루코프와 폴란드의 마테우츠 쇼리모비츠(14분52초76)가 기록면에서 박태환(14분55초03)보다 앞서있다. 해킷이 지킨 ‘10년 철옹성’에 도전하는 이들의 레이스는 31일 예선을 거쳐 4월1일 저녁 결승에서 판가름난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2006년 남자 자유형 1500m 기록순위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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