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기자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추일승(44) 남자농구 부산 케이티에프(KTF) 감독과 이영주(41) 여자농구 안산 신한은행 감독. 둘은 ‘농구 불모지’ 홍익대 출신이다. 1982년 창단해 96년 해체된 팀이다. 추 감독은 82학번으로 농구부 1회이고, 이 감독은 85학번으로 추 감독이 4학년 때 입학했다.
둘은 85년 봄 처음 만났다. 추 감독은 “영주는 동안인데다 몸도 약하게 생겨 귀여웠다. 그런데 근성있는 노력파였다”고 회고했다. 이 감독은 “일승이 형은 선이 굵었다. 후배들이 잘 따랐다”도 추억했다. 야간 자율운동 때는 단 둘이 만날 때가 많았다. 포지션은 센터(추일승)와 슈팅가드(이영주)로 달랐지만 자연스럽게 1 대 1도 많이 했다.
그렇게 정을 쌓던 어느 날, 추 감독이 학교 운동장에서 술 마시고 담배 피던 고교생들을 꾸짖다가 돌로 머리를 맞았다. 무려 50바늘을 꿰맸다. 추 감독은 “처음엔 상대가 10여명인 줄 알았는데, 한 반(60명) 정도 됐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일승이 형은 정의파였다. 형이 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고 말했다. 그는 곧 농구부원들과 함께 ‘응징’에 나섰다. 그리고 “죽지 않을 만큼” 패줬다.
이 감독은 홍익대 운동부 출신 최초로 국가대표를 지냈다. 농구부에선 유일무이하다. 두 감독은 농구 명문대 출신처럼 ‘끈’이 없으니 실력으로 겨룰 수밖에 없었다. 추 감독은 미국프로농구(NBA) 감독을 지낸 델 해리스의 ‘위닝 디펜스’를 무려 4년에 걸쳐 번역해 출간했다. 홍익대 출신 최초의 프로팀 감독이 된 밑거름이었다. 이 감독도 지난해 한신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추 감독은 해마다 꼴찌 후보라던 케이티에프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고, 이번 시즌에는 4강에 올라 챔피언을 노리고 있다. 이 감독은 지난 5일 신한은행을 여자프로농구 정상에 올려놓았다. 팀을 맡은 지 3년 만에 벌써 두번째 우승이다. 추 감독은 2004년 ‘자랑스러운 홍익인상’을 받았다. 그는 “올해는 이 감독이 받았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농구 변방’ 홍익대가 낳은 자랑스런 얼굴들이다.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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