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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파스코와 장영재를 위한 변명

등록 2007-04-17 18:25

김동훈 기자
김동훈 기자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퍼비스 파스코)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장영재)

최근 농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두 장본인 반응은 비슷했다. 지난 12일 심판 폭행사건으로 ‘주홍글씨’가 새겨진 퍼비스 파스코(27·창원 LG)는 이틀 후 한국을 떠나며 눈물을 글썽였다. 어느 팬이 건네 준, “Don’t forget Changwon!”(창원을 길이길이 기억해 주세요)이 쓰여진 종이를 곱게 접어 가방에 넣었다. 6개월 전 아빠가 된 그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장영재(31·부산 KTF)는 그 사건 이후 인터넷 접속이 두렵다고 했다. 누리꾼들은 그에게 “한번도 뛰지 않았던 선수가 파울만 하려고 나왔다가 처음부터 파스코 퇴장을 유도했다”고 공격해댔다. 키 196㎝ 프로 8년차인 그는 최근 다섯 시즌 동안 평균 28경기나 뛰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발목을 다쳐 미국 전지훈련도 못갔다. 그러다 플레이오프에서 기회가 왔다. 애런 맥기가 출전 정지로 못나오고, ‘백업 빅맨’ 남진우마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다리가 부러졌다. 하지만 그에게 찾아온 것은 엄청난 시련이었다. 그는 “경기중 있을 수 있는 상황인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한숨지었다.

장영재는 내성적이고 조용하다. 파스코는 활달하고 장난을 좋아한다. 둘다 눈동자가 선하다. 파스코는 그 눈과 턱수염 때문에 중국 전지훈련 때 ‘흑염소’란 별명도 붙었다. LG선수단은 얼마전 어느 외국 서커스단의 내한 공연을 관람했다. 좌석도 불편하고 모두들 지루해 하는데, 파스코는 “너무 재미있다. 게다가 초청받고 왔는데, 우리가 먼저 일어나면 안된다”고 했다. LG구단 관계자들은 “그만큼 순수하고 착한 친구였다”고 말했다.

장영재 역시 눈동자만큼 마음씨도 곱다. 그는 언제나 체육관에 가장 먼저 나와 훈련했다. KTF 최현 과장은 “‘부상으로 팀에 도움이 못돼 죄송하다’며 늘 마음아파했다”고 전했다. 장영재는 “이유야 어찌됐든 파스코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파스코도 사과했다. 공항까지 배웅했던 홍종범 대리는 “파스코가 ‘미안하다. 용서해달라’는 말을 몇번이나 되내이며 떠났다”고 전했다. 폭행사건은 추했지만 그 이후 두 선수가 보여준 행동은 아름다웠다.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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