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전날 밤 8시. 울산 숙소 주차장으로 모비스 선수들이 촛불 하나씩 들고 한데 모였다. 이 자리를 제안한 유재학 감독이 입을 열었다. “누구 한 명이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영웅이 되는 챔피언전이 되자.” 우지원은 “지난해 못 이룬 한을 얘기하는 선수도 있었어요. 뭉클한 자리였죠”라고 했다. 모비스는 지난해 챔피언전 4전 전패로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그래서인지 유 감독은 “지난 시즌 우리에게 챔피언전이 있기나 했나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모비스의 승리 공식인 양동근(13점·10도움)과 크리스 윌리엄스(32점·12튄공)의 활약은 이날도 쏠쏠했다. ‘촛불결의’는 또다른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득점력이 떨어졌던 크리스 버지스는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1등급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버지스는 세컨드샷을 잇달아 성공시키는 등 24점(10튄공)을 꽂았다. 추일승 부산 케이티에프(KTF) 감독은 “버지스를 우리 외국인 선수들이 너무 얕잡아봤어요”라며 아쉬워했다. 반대로 유 감독은 기분 좋아 허허 웃었다. “버지스가 한국에 온 후 가장 잘한 날이었죠.”
우지원도 모비스 승리의 주역이 됐다. 그는 지난해 챔피언전 4경기에서 고작 9점만 넣었다. 거의 출전을 못한 탓이다. 그러나 이날 승부처였던 3쿼터와 4쿼터 초반 3점슛 2방을 포함해 11점을 터뜨렸다. 우지원은 “지난해 많이 뛰지 못해 아쉬웠는데 보탬이 돼 기쁘다. 아직 한 번도 끼지 못한 챔피언 반지를 끼고 싶다”고 했다.
19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06~2007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7전4선승제). 모비스는 신기성(19점), 애런 맥기(23점)가 버틴 케이티에프를 93-79로 크게 이겼다. 모비스는 2쿼터까지 38-39로 뒤졌으나 윌리엄스가 3쿼터 들어 내리 8점을 꽂아넣어 46-39로 역전하고, 우지원이 3점슛을 보태 승기를 잡았다. 1차전에서 먼저 이긴 팀이 챔피언에 등극한 경우는 총 10회 챔피언전 중 8회나 된다. 2차전은 같은 장소에서 21일 오후 2시50분에 열린다. 울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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