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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아버지도 함께한 ‘꼴찌들의 합창’

등록 2007-04-23 19:25

현장 /

백쥬리(27)의 아버지가 일어났다. “어젯밤엔 설레 잠도 제대로 못잤어요.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엔 김선혜(23) 아버지 차례였다. “소속감이 생기는군요. 부모가 선수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숙제를 주는 자리같습니다.”

지난 20일 밤, 강원도 속초 바닷가 한 음식점에 여자프로농구 구리 금호생명 선수들의 아버지 몇몇이 모였다. 구단은 2박3일의 선수단 워크샵 행사에 이례적으로 가족까지 초청했다. 이상윤 신임 감독은 “내 자식이 도대체 팀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부모님이 얼마나 궁금하시겠냐”며 초청 배경을 설명했다. 아버지들은 저녁 때 따로 모여 이상윤 감독, 김영주 코치 등과 소주잔을 돌렸다.

금호생명은 두 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문 팀이다. 2000년 창단해 우승은 딱 한번에 그쳤다. 마침 이번에 코칭스태프도 모두 바뀌었다. 이번 워크샵은 패배의식을 벗고 재도약의 계기로 삼자는 뜻에서 마련됐다. 선수들은 숙연했다. 주장 홍정애(30)는 “훈련할 때 후배가 힘들어서 쓰러지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며 각오를 다졌다. 정미란(22)은 부모님에게 드리는 편지를 낭독하면서 “딸 노릇도 제대로 못해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선수들은 촛불을 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상윤 감독의 선창에 맞춰 선수들은 “우승을 위하여”라고 외쳤다. 그 메아리가 설악산과 동해바다에 울려퍼지는 듯했다.

속초/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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