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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축구에서… 우뚝 선 ‘양대 철인’

등록 2007-04-23 21:06수정 2007-04-23 21:25

SK 와이번스 조웅천
SK 와이번스 조웅천
‘연습생 신화’ 쓴 공통점
술·담배 않는 점도 닮아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미드필더 김기동(35)프로야구 에스케이 와이번스의 미들맨 조웅천(36)은 모두 연습생 출신이다. 그래도 철저한 자기 관리로 17년(김기동)과 18년(조웅천) 동안 프로 무대를 누비며 양대 프로 스포츠의 ‘철인’으로 등장했다. 서른 중반에 선 이들의 프로 인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무쇠팔, 700경기 등판 SK 조웅천

1994년 말 한 구단 관계자가 말했다. “넌 해마다 방출될 만하면 가을에 잘해서 꼭 여운을 주네.” 발끈한 그는 힘주어 말했다. “1995년에도 안되면 저 스스로 야구 관두겠어요.”

1989년 계약금 없이 연봉 500만원에 태평양 돌핀스 연습생으로 입단한 조웅천(36·SK). 그가 94년까지 거둔 성적은 25경기 등판, 70이닝 투구, 평균자책 5.27에 승(5패)도 없었다. 호기있게 시작한 95년.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그는 공을 가운데로 쑤셔넣었다. 그런데도 타자들은 헛스윙으로 물러나기 일쑤였다.

‘엇, 이것 봐라.’ 스스로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해 6월15일 삼성전서는 0-3으로 뒤진 1회말 2사 만루서 구원등판해 4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뒤늦게 프로데뷔 첫승도 올렸다. 95년 성적은 2승2패, 평균자책 2.57. 이후 방출 얘기는 쏙 사라졌다. ‘만일’에 대비해 “아버지를 도와 야채장사를 하면서 트럭이나 몰까 해서 따둔” 1종 대형 운전면허는 별 소용이 없게 됐다.

1999년에도 위기는 있었다. 당시 조웅천은 “구질이 직구·커브·체인지업으로 단순해서” 한계가 왔음을 직감했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김시진 투수코치(현 현대 감독)는 그에게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와 함께 하는 가을캠프 참여를 권고했다. 그는 망설였다. 가을캠프 기간에 하나뿐인 여동생의 결혼날짜가 잡혀있었기 때문. 그는 2남1녀 중 맏이였다.

하지만 김 코치는 끈질기게 그를 설득했고, 결국 가을캠프에 참가했다. 그때 집중적으로 연마한 게 싱커와 서클 체인지업이다. “일본인 인스트럭터가 ‘변화구를 던질 때도 직구처럼 세게 던지되 컨트롤도 함께 신경써라’고 조언해 계속 싱커와 서클 체인지업만 연습했어요. 그랬더니 일본선수들도 잘 못 치더라고요.”

조웅천 프로필
조웅천 프로필
뒤늦게 터득한 싱커와 서클 체인지업으로 그는 2000년 홀드 1위에 올랐고, 다른 투수면 은퇴를 고려했을 만 서른 둘의 나이에 구원왕(2003년)도 차지했다. 지난 19일 문학 기아전서는 역대 최초로 700경기에 등판했다. 술 담배를 하지 않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타고난 어깨, 그리고 꾸준한 자기 개발이 이뤄낸 결과였다.


“아직도 마운드에 서면 어떤 타자든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신감이 가장 큰 무기죠. 부상없이 제 등번호(41번)만큼 나이가 찰 때까지 야구하는게 목표예요.”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무쇠다리, 400경기 뛴 포항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포항 스틸러스 김기동
“연애 때도 아내를 빨리 집으로 보냈어요. 밤 10시면 취침하는 게 습관이니까.”

결혼 전 아내는 일찍 잔다며 집에도 잘 바래다 주지않던 그에게 한번은 “날 사랑하는거야?”라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담배는 아예 안했고, 술은 시즌이 끝나도 스스로 찾지않아요. 운동하다 부족한 게 느껴지면 꼭 채우는 것 뿐이죠. 나이들어 근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데, 그럼 젊었을 때보다 더 훈련하는 식인데…. 너무 일상적이죠?”

그러나 후배들은 그걸 ‘지독한 관리’라 부른다. “한 후배가 우스갯 소리로 ‘형! 애들을 위해 비껴줘야지’ 하고 말하길래 ‘감독이 예뻐서 날 쓰는게 아닐 거다. 비껴주는 게 아니라 후배들이 나이 든 날 넘어서야 성장하는거다’고 말해줬죠.”

초등학교 2학년 큰 딸을 둔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의 ‘레전드’(전설) 김기동. 그는 22일 FC서울전에서 프로통산 400경기 출장기록을 세웠다. 수문장 김병지(37·439경기·FC서울)와 2004년 은퇴한 신태용(37·401경기)에 이어 세번째로 ‘400고지’를 밟았다. 체력 소모가 큰 필드 플레이어들이 좀처럼 이루기 힘든 대기록이다.

농사꾼 아들인 그는 충남 신평고를 졸업하고 그럴싸한 대학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1991년 포항에 들어갈 때도 계약금 1000만원, 월급 80만원 받는 연습생이었다. 입단동기가 대학을 졸업한 황선홍·홍명보였다. 연습생 신분이 2년간 1경기도 뛰지못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포항의 ‘감원대상’이 돼 93년 당시 유공으로 간 뒤에야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그 후론 97년 왼무릎 수술로 4개월 쉰 게 가장 긴 공백이다. “2004년 왼무릎 인대가 좋지않았을 때 ‘나이도 있으니 끝나는 게 아닌가’하는 얘기들을 하더라고요. 오기가 생겼고 악착같이 재활했죠.”

김기동 프로필
김기동 프로필
2003년 포항으로 돌아온 그는 김병지보다 프로진출이 1년 빠른 현 K리그 최장수 선수다. 2년밖에 같이 지내지않은 이동국(28·미들즈브러)이 평소 “형처럼 꾸준히 뛰고싶다”고 할 정도로 후배들의 신망이 두텁다. “아내가 여기까지 온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해요. 그러면서 이젠 즐기면서 명예를 위해 뛰라고 하죠. 프로에 와 한번도 하지못한 정규리그 우승도 해봐야죠.” 그는 3년은 더 뛸 생각이라 하더니, 열정이 넘치는지 “나도 끝을 모르겠다”며 웃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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