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오른쪽)이 23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최한철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프로농구 챔피언전은 ‘인내심 테스트’
선수들, 심판 판정 예민해 경기 그르쳐
선수들, 심판 판정 예민해 경기 그르쳐
‘챔피언결정전 열쇠는 심판이 쥐고 있다?’
절반은 맞는 소리다. 선수 능력, 감독의 전술과 별개로 3차전까지 오는 동안 심판 판정은 알게 모르게 승부의 흐름을 결정지었다. 판정은 때론 불리하게 때론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일. 문제는 판정에 대처하는 선수들 방식이다. 울산 모비스(2승1패)와 부산 KTF(1승2패)가 벌인 지난 3번의 맞대결은 판정에 대한 ‘자제력 싸움’에서 이긴 팀이 승리를 챙겼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애런 맥기(KTF) 퍼비스 파스코(LG) 등이 ‘굵직한’ 사건들을 터뜨린 뒤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은 마치 전염병처럼 챔피언결정전 코트에 퍼져있다. 23일 열린 3차전에선 감정 기복이 없고 성격 좋기로 소문난 크리스 윌리엄스(모비스)가 자제력을 잃었다. 윌리엄스는 자기 몫은 했지만 경기 내내 판정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경기 뒤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윌리엄스가) 심판 판정에 예민해져 경기 내내 잡 생각이 많았다”며 윌리엄스 행동을 지적했다.
2차전에선 KTF 선수들이 판정에 예민했다. 19점차로 앞서 있다 역전 당한 뒤 “심판이 파울을 불어주지 않는다”며 자주 흥분하다가 경기를 그르쳤다. KTF는 2차전 판정 중 13건에 대해 한국농구연맹(KBL)에 심판설명회를 요구하며 선수들의 흥분을 가라앉혔다. 2차전 패배가 약이 된 듯 KTF 신기성은 3차전에서 승리한 뒤 “심판 판정에 흥분하지 않은 게 승리 요인이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3차전이 끝난 뒤 유재학 감독은 “KTF가 심판설명회를 요청하면서 마치 우리가 판정 혜택을 보는 것처럼 분위기가 흘렀다”며 애둘러 불만을 털어놨다. 양동근을 19점으로 막아 승리의 주역이 된 KTF 조성민은 “끊어야 할 때 반칙도 했는데 심판이 못 본 것도 있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남겼다. 심판과 선수, 코칭스태프까지 판정에 극도로 예민해지면서 2006~2007 챔피언결정전은 점점 ‘인내심 테스트’로 흐르고 있다.
부산/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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