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스 / 맥윌리엄스
김동훈 기자의 슬램덩크
지난 6일 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술집. 울산 모비스를 프로농구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 통합 우승으로 이끈 크리스 윌리엄스(27)가 통역 이도현씨와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다음날 출국을 앞둔 석별의 술자리였다. 그런데 예정에 없던 동료 선수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술자리가 파할 무렵엔 거의 모든 선수가 모여 이별을 아쉬워했다. 외국인 선수들은 대개 경기가 끝난 다음날 바로 한국을 떠난다. 그런데 윌리엄스는 지난 1일 시즌을 끝낸 뒤 “양동근 결혼식에 참석하겠다”며 출국을 미뤘다. 6일 낮 양동근 결혼식에선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추억을 담았다. 그렇다고 윌리엄스가 우승에 목마른 것도 아니다. 그는 호주와 독일에 이어 한국까지 세 나라 리그에서 우승 맛을 봤다. 2년 전 그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독일로 날아간 유재학 감독이 한 경기만 보고 “더 볼 필요도 없다”며 영입한 선수다. 윌리엄스 별명은 ‘트리플더블 제조기’. 외국인 선수 전유물인 득점과 튄공잡기 뿐 아니라 도움주기 능력도 뛰어나다. 그만큼 팀 플레이에 능하다는 뜻이다.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은 코트 밖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최석화 모비스 사무국장은 “모난 데가 없고 떠듬대는 한국말이지만 한마디라도 이쁘게 한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여자프로농구 안산 신한은행 타지 맥윌리엄스(37). 그는 지난달 5일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장일치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뒤 울먹였다. 그는 “내가 받을 상이 아니다. 하은주나 최윤아가 받아야 할 상”이라며 겸손해 했다.
김동훈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