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이 날카로운 왼손 커트로 상대 공격에 응수하고 있다. 사진 월간탁구 제공
역습에 능한 수비전형 박미영 세계선수권 복식 기대
그는 8년간 실업팀에서 오로지 한길 탁구만 팠다. 팀 기숙사 합숙, 외박금지, 면회제한…. 지긋지긋할 만도 해 물었더니, “조금은 그렇죠. 오래 했으니까”라며 살짝 받아넘긴다. “그렇지만 훈련 끝나면 친구들과 영화도 보고, 쇼핑도 즐겨 괜찮다”고 한다. “하~하~하~.”
고향집은 얼마나 그리울까? “1년에 한두번 휴가 받으면 가죠. 올림픽 나가는 게 꿈이니까 어쩔 수 없어요.” 대구 동성초등 4학년 때, 언니 따라 재미삼아 라켓을 잡기 시작했다가 지금은 국가대표까지 된 박미영(26·삼성생명). 대구 상서여상 졸업 뒤 ‘탁구명가’ 삼성생명에 입단한 그는 무게 2.7g, 지름 40㎜의 조그만 탁구공과 씨름하며 꼬박 8년간 그렇게 기량을 갈고닦았다. 그는 보기드문 오른손 셰이크핸드 수비전형이지만, 역습도 잘해 ‘공격하는 수비수’로 알려져 있다.
무명의 긴 터널에 있던 박미영에게 마침내 희망의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지난 8, 9일 충북 단양 체육문화센터에서 열린 탁구대표팀 자체 평가전. 박미영은 여자부 풀리그 경기에서, 2004아테네올림픽 여자단식 동메달에 빛나는 간판스타 김경아(대한항공)를 4-2로 누르는 등 8승2패로 출전선수 중 최고성적을 냈다. 현정화 감독 등 코칭스태프도 깜짝 놀랐다. 그가 수비전형이어서 더욱 그랬다. 박미영은 같은 스타일의 노련한 김경아를 눌러 그의 후계자로 손색 없음을 보여줬다.
여자대표팀은 남자선수 4명을 끼어 모두 11명이 풀리그를 벌였다. 박미영은 상무 황성훈에게 0-4, 이은희(단양군청)에게 1-4로 졌을 뿐 나머지 선수는 다 이겼다. 수비전형 선수가 공격전형 선수를 이기기란 쉽지 않은 게 탁구다. 상대 공격을 끊임없이 커트로 막아내야 하는데다, 공격력과 수비를 겸비한 선수를 만나면 버티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최영일 삼성생명 감독은 “경아는 구질이 좋고 끈질긴 반면, 미영이는 수비수지만 공격력이 좋은 게 장점”이라며 “미영이가 현재 여자대표팀에서 경아에 이어 2인자쯤 되지만, 곧 경아를 앞지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남녀대표팀은 21~27일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2007세계탁구선수권대회(개인전) 출전을 위해 16일 출국한다. 박미영은 여자단·복식, 혼합복식에 출전한다.
목표는 어떻게 잡았을까? “다들 최대한 잡았는데, 우승이죠.” 박미영은 여자복식에서는 김경아, 혼합복식에서는 역시 수비전형인 주세혁(삼성생명)과 호흡을 맞춰 메달에 도전한다. 개인전은 중국세가 워낙 강해 메달권 진입이 힘들어 보이지만, 복식은 4강 이상도 노려볼 만하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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