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월드컵대회 개인전 우승 ‘금의환향’ 이혜연 선수
양궁 월드컵대회 개인전 우승 ‘금의환향’ 이혜연 선수
전날 밤 9시가 넘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피곤하지만 그래도 즐겁다. 10일 아침 일찍 소속팀인 토지공사에 출근해 회사 간부들에게 다시한번 축하를 받았다.
무명 선수에서 일약 양궁 월드컵대회 금메달리스트로 호칭이 바뀐 이혜연(26·토지공사)선수. 그는 지난 6일 이탈리아 바레세 양궁 2차 월드컵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나탈리아 에르디니예바(러시아)를 112-111(120점 만점) 1점차로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대에서 태극기 올라가는 걸 보는 기분이 이런거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는 우승 소감을 묻는 질문에 태극기 얘기로 답변을 대신했다. 이혜연은 충남 공주 교동초등 4학년 때부터 16년간 활을 잡았다. 대학(강남대)때도 유망주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왜소한 체격 탓에 체력이 남들 만큼 따라주지 못했다. 올림픽 금메달 보다 더 어렵다는 국내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늘 뒷전이었다. 여자 국가대표 상비군 8명 안에 한번도 포함되지 못했다. 당연히 ‘태극기 올리는 기분’도 느껴보지 못했다.
국제대회 경력은 2004년 2월 팀(토지공사)에서 아시아그랑프리 대회에 나간 게 고작. 국내대회에선 가끔 1, 2위를 차지했지만 평균 성적은 10위권이었다.
이번 월드컵 2차 대회에는 국가대표팀이 평가전을 치르는 바람에 소속팀 토지공사 선수들이 대신 출전했다. ‘대타’로 나섰다가 큰 일을 낸 것이다. 사실 기대주는 팀 후배 김유미(21)였지만 이혜연은 그를 8강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거머쥐는 이변을 일으켰다. 토지공사 오선택(47) 감독은 “성격이 무척 차분한 선수”라며 “체력만 기르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칭찬했다.
“대표선수가 이젠 막연한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소득이죠.” 그는 ‘자신감’이라는, 소박하지만 큰 성과를 얻고 베이징올림픽을 향해 한발한발 도전하겠다고 했다.
김동훈 기자, 연합뉴스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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