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루라기
그 방법뿐일까?
한국농구연맹(KBL)의 과욕이 선수들 사생활까지 들여다보려 한다. 연맹은 자유계약선수(FA) 사전접촉 금지규정을 강화하기 위해 원소속팀과 협상이 결렬된 FA 15명에게 휴대전화 통화내역서 제출을 요구했다. 연맹 운영팀 최준길 과장은 “박광호 경기위원장이 전화로 확인하니 다들 사전접촉 사실이 없다고 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내역서 제출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연맹의 이런 제안은 사전접촉을 막아 소속팀과 협상이 활발하게 이뤄지게 하기 위한 의도다. 뒷거래를 막아 부풀려진 선수들의 몸값을 낮춰보려는 의지도 포함돼 있다.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한 프로구단 관계자 말은 그동안 사전접촉이 공공연히 이뤄졌음을 방증한다.
통화내역서 제출이 강제성을 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약을 원하는 FA선수들로선 연맹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상대적 약자인 선수들이 자신들의 사생활 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한 구단 관계자는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당연히 기분 좋을 리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소속구단과 협상이 결렬된 15명 중 ‘빅4’로 꼽히는 서장훈 임재현 양희승 박훈근은 21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맹은 지난 3월 FA규정을 고치면서 ‘기존 연봉 20위 내 FA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전 소속구단에 FA선수의 전 시즌 연봉 100~300%를 보상하도록’ 했다. 해마다 논란을 일으키는 프로야구의 ‘전년도 연봉 300~450%’ 규정을 별 생각없이 벤치마킹한 결과다. 새 규정은 베테랑 FA선수의 이적을 힘들게 해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공정한 거래’를 위해 사생활까지 들춰보려는 연맹의 두 얼굴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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