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26살에 은퇴하는 여자배구 진혜지
부상으로 26살에 은퇴하는 여자배구 진혜지
“다음 시즌 좋은 모습 보여드릴 거라 약속했는데….” 우리 나이로 스물 여섯. 한창 뛸 나이에 은퇴를 선택해야 하는 아픈 마음을 본인 외엔 아무도 모른다.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 진혜지(25)는 그렇게 조용히 코트를 떠났다. 올 시즌 새로 도입된 자유계약선수(FA) 대상자 중 1명이었던 진혜지는 고질적인 어깨 부상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하고 이달 초 은퇴를 결정했다. “감사합니다”로 시작되는 그의 인터넷 홈페이지엔 지금도 “설마 은퇴한 건 아니겠죠?”라는 팬들 글이 올라온다. “팀 동료들도 다 알고 있을 거에요. 휴가 중이라 만나진 않지만. 다들 조심스러워서 연락을 못 하는 것 같더라고요.” 지난해 5월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한 뒤 그 해 12월 다시 어깨수술을 했다. 그 뒤 시즌 내내 재활에만 매달렸다. “부모님도 좀더 했으면 하시는데 의사 선생님이 더 하는 건 무리라고 하더라고요. 준비했다가 다시 좌절하는 바엔 다른 쪽 알아보면서 빨리 자리잡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어요.” 2000년 신인드래프트 13순위로 ‘만년꼴찌’ 흥국생명에 입단한 진혜지는 2002년에도 무릎 수술을 받았고 이후 센터와 레프트 포지션을 번갈아 맡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5~2006 V리그에선 흥국생명이 35년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주역이 됐다. 중학교 1학년 때 배구를 시작한 진혜지에겐 처음 맛보는 우승이었다. “그 때 우승이 제가 힘을 보탠 처음이자 마지막 우승이었어요. 그 선수들이랑 더 뛰고 싶은데….” 코트를 떠난 진혜지는 이제 코트 밖에서 팬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팀에 남아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공부도 할 생각입니다.”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 구단에서도 그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할 방침이다. “지난 시즌 못 뛸 때도 경기장엔 꼬박꼬박 갔었어요. 팬들 하고 인사하는 게 좋았거든요. 이제 아플 일은 없을테니까, 더 열심히 해야죠.”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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